이재오 특임장관의 여의도 복귀설로 정치권이 설설 끓고 있다.

이 장관의 장관직 사퇴 후 정치 복귀 여부에 따라 내년 총선 · 대선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계파 간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4 · 27 재 · 보선 패배 후 열세에 몰린 친이계(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그의 복귀가 소장파 및 친박계(친 박근혜계)에 대한 반격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심 환호하는 분위기다. 신주류 측은 이 장관의 복귀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장관 측은 일단 '여의도 복귀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일부 언론의 그 같은 보도내용을 보고 받고 "이게 아닌데… 왜 이런 기사가 어떻게 나왔나"고 되물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의 여의도 복귀를 '시기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친이 의원은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조만간 정치인 이재오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곧바로 당으로 복귀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민생행보를 보이다 적당한 시기에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열린 친이계 초 · 재선 모임에서도 이 장관의 복귀 문제는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고 전해졌다.

관심은 복귀 시기와 향후 행보에 쏠린다. 7 · 4 전당대회 전에 복귀해 친이계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과 당의 분열을 일으키지 않도록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가 직접 당권 · 대권에 도전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정치권은 그가 직접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와의 정면 충돌로 자칫 당 분열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신 여권 잠재주자로 뽑히는 김태호 의원이나 원희룡 의원 같은 '대타'를 세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친박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당권은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중량급 외부인사에게 맡겨야 한다"며 '수혈론'을 제기했다. 4 · 27 재 · 보선을 물밑과 물위에서 이끌었던 이 장관이나 원 의원을 한꺼번에 견제할 수 있는 카드다. 다른 의원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기회만 노리면서 자리를 탐하는 소장파나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친이계 모두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일 것"이라며 "중립적으로 한나라당의 가치를 지키면서 당을 이끌 수 있는 중량급 인사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당대표 외부 수혈론은 이 장관의 복귀 여부와 맞물려 향후 정치권 지형변화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