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여행안내서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편 발간

"한국에서 보신탕, 영양탕 혹은 사철탕을 주문하게 된다면 이는 곧 개고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17일 공식 발간된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편에서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와 문화·관광지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 회사인 프랑스의 미슐랭(미쉐린)이 1926년부터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펴내는 유명한 관광 안내서다.

고급 레스토랑에 대한 신랄한 평가로 유명한 책은 '레드시리즈'로, '그린시리즈'에는 식당에 대한 상세한 평가는 없다.

한국판에는 5명의 현장답사 요원이 1년여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지, 문화유적, 숙박시설, 음식점 등을 돌며 얻은 인상과 정보를 450쪽 분량으로 담았다.

책의 서두에서는 우리나라를 설명하며 "6·25전쟁 후 38년 만에 국민소득이 243배 증가한 기적의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낸 것은 원전 선진국을 자부하는 프랑스에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의 수면시간과 주말 자유시간이 가장 적고, 자살률은 가장 높아 암 사망률과 맞먹으며, 러시아에 이은 세계 2위의 음주국으로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꼬집었다.

전반적인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는 가부장 문화에서 개인주의 풍조로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우리나라, 우리 친구, 우리 마누라'라는 표현이 익숙하고, 이웃이 어떻게 하는지와 내 언행이 이웃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눈치 문화'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찜질방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목욕탕이 대도시에 적응한 사례라며 '나눔문화의 결정체'로 묘사하기도 했다.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78년 앞서서 나온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부터 최근 프랑스 정부가 임대형식으로 반환한 외규장각 문서, 그리고 장동건, 이영애, 배용준을 비롯한 한류스타 등 문화에 대한 설명은 고금을 넘나들었다.

한국인의 개고기 식문화에 대해서는 "중국, 베트남 및 북만주 등지에서도 식용으로 따로 기른 개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며 "농부들이 파종 후 단백질과 동물성 지방 섭취를 필요로 하던 시대에서 전승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관광지는 흥미있는 곳(★)과 추천하는 곳(★★), 매우 추천하는 곳(★★★)으로 나눴다.

별 세 개를 받은 곳은 ▲서울 경복궁 북촌 창덕궁 ▲수원 화성 ▲합천 해인사 ▲안동 하회마을 도산·병산서원 ▲경주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 ▲전주 한옥마을 ▲순천 송광사 선암사 순천만 ▲제주 한라산 성산일출봉 ▲강원도 설악산 등이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베르나르 델마스 미슐랭 동아시아 총괄사장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간 기념식이 열렸다.

미슐랭은 오는 11월에 이 책의 영문판을 펴내고, '레드시리즈' 발간 작업에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