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마지막 관문 통과"…내주 사실상 확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지지를 처음으로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우호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차기 ECB 총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이미 드라기 총재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와 인터뷰에서 "드라기 총재는 매우 흥미롭고, 경륜있는 인물"이라면서 "그는 (금융시장) 안정과 견실한 경제정책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에 그가 ECB 총재 후보로 나서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오는 10월 퇴임하는 장-클로드 트리셰 현 ECB 총재의 후임 문제와 관련해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7개국 정상들은 다음달 차기 ECB 총재를 공식 결정할 예정이지만 오는 16일 열리는 재무장관 회의에서 사실상 차기 총재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 드라기를 후보로 내놓을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드라기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극도로 꺼렸으며, 최근에는 반대 입장을 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독일의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국제무대에서 독일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간주됐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지난 1일 메르켈 총리가 드라기 총재를 지지하는 조건으로 유로안정화기구(ESM)와 관련한 양보, 그리고 금융안정위원회(FSB) 위원장과 EU(유럽연합) 경제재정위원회(EFC) 위원장직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한 ECB 총재 후보였던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지난 2월 ECB 총재직 도전을 포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