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이 거세지는 것과 달리 해외 채권형 펀드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도 연초 이후 4%에 육박하는 양호한 수익을 올리면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최근 1주일간 1924억원이 들어온 것을 포함해 지난 한 달간 3704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외 전 유형(주식 · 채권 · 혼합형) 중 유일하게 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속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 한 달간 3조2447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수익률 부진과 소득세 부과로 지난 1개월간 1조5306억원이 빠져 나갔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 채권형은 최근 1주일간 146억원,1개월 동안 67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운용사의 'AB글로벌고수익' C형과 A형에도 지난 1개월간 각각 604억원,549억원이 들어왔다. 해외 채권형 펀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덕에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1F' 'KB이머징국공채인컴A' 등에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박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신흥시장의 고금리를 겨냥한 해외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기준금리를 보면 브라질 11%대,러시아 8%대,인도 6%대 등으로 국내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 결과 해외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 3.90%,최근 1년 동안 8.79%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사장도 "국내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채권형 펀드에 가입을 하면서 낮은 수익률의 국내보다는 해외 쪽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국내 채권형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보다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이나 국내 채권형보다 높은 수익률로 안전자산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이머징 채권형 펀드는 연평균 10% 수준의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또 신흥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이들 지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거나 큰 폭으로 오르지 않고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에 신흥국 통화 강세도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시점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나 인플레이션 우려 같은 위험 요인을 감안하면 적절한 투자 시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