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감소 우려가 번지면서 5일 석유와 금, 은 등 주요 원자재, 상품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오긴 했지만 이것 만으로는 낙폭이 너무 커 투기세력이 방향전환을 한 것이 주요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상품가격 지수로 불리는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이날 17.54달러(4.9%) 급락한 341.09달러로 마감돼 지난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은이 상품 가격 하락세를 주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8.6%나 떨어져 배럴당 99.80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이 100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16일 이후 처음이며 하락폭도 약 2년 만에 최대치였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8.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뉴욕 금 가격도 6월물이 전날보다 2.2% 떨어져 온스당 1,481.40달러에 마감됐다.

은 가격 하락폭은 8%나 됐다.

특히 은의 경우 앞서 이틀간 하루 7% 넘는 기록적인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어 3일째 폭락세다.

주간 하락률로 따지면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품가격 급락은 국내외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용지표가 둔화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찬바람을 맞았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47만4천명(계절 조종치)으로 전주에 비해 4만3천명이 늘어났다.

이는 작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 1만9천명 감소와 비교하면 전혀 예상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용상황이 다시 악화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회복후 다시 침체)으로 가는 신호 아니냐는 전망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전해진 소식은 달러화 강세를 불러와 상품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정례 금융통화정책을 마치고 가진 회견에서 이달에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힌 것은 물론이고 다음달에도 금리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금리인상 신호를 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요동쳐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오후 2시20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달러 환율은 1.4557달러로 1.8% 급락(달러 가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개발국에서 금리를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상품 수요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 상황 외에 대형 펀드들이 이제 귀금속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점도 매도세에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된다.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와 존 버뱅크가 운용하는 패스포트캐피탈, 패넌트 캐피털 등 그동안 귀금속 투자에 열심이던 대형 펀드들이 최근에 모두 귀금속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기술적 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애틀랜틱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닉 젠틸 소장은 "단순한 조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에너지 시장에 변수를 주긴 했지만 곡물 시장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