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5일 지난달 곡물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제 식량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향후 식량 가격 동향에는 기후조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로마에 본부를 둔 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가격 지수는 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다 지난 3월 소폭 하락했으며, 4월에는 전월과 거의 변함이 없는 232 포인트를 기록했다.

FAO는 그러나 4월 국제 식량 가격 지수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 비하면 36% 높고, 정점에 달했던 올해 2월보다는 겨우 2%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고 AFP가 전했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쌀과 설탕, 유제품의 가격은 하락했지만, 육류와 식용유, 지방 함유 제품은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대부분 상승했다.

불순한 기후와 파종 시기 지연으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11%, 밀 가격이 4% 각각 오르면서 전체 곡물 가격 지수는 3월에 비해 5.5% 상승했다.

FAO 무역.시장 분과의 데이비드 할람 국장은 "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달러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이 작용하고 있다"며 "강한 수요가 계속되는 가운데 식량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내려갈 지는 2011년 생산량 증가와 곡물 재고 충당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 2008년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과 아이티, 필리핀 등에서 발생했던 식량 폭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FAO는 "도정 전 과정의 곡물 재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곡물 저장량이 올해 수확기가 끝날 무렵에는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하지만 도정이 끝난 밀의 저장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쌀 재고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FAO 곡물 동향 분석가인 압돌레자 압바시안은 "비록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곡물 생산 양상은 좋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작년에도 이맘때까지는 생산 전망이 좋았지만, 7~10월 사이의 불순한 일기로 인해 양상이 급격히 변했다"고 지적했다.

압바시안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옥수수 수급"이라며 "올해 옥수수 수요는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고 습한 토양 조건 때문에 파종이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