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 엘피다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20㎜(나노미터)급 D램을 오는 7월부터 상용 생산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그렇고,애플이 삼성 대신 인텔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미국 월가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아직은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선 엘피다라는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을 타도할 목적으로 탄생했다는 사실부터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엘피다가 그 전에도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 개발을 발표해 놓고 시장에 내놓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반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른바 '미세화 기술' 연구개발에서 엘피다가 삼성을 끊임없이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 거듭 확인된 이상 경계감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애플과 인텔의 협력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애플과 삼성의 협력관계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당장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등에서 엘피다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부터 그렇지만 애플이 모바일 반도체 진입을 노리고 있는 인텔을 새로운 반도체 공급자로 선택할 가능성도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인텔이 모바일기기를 겨냥해 연내 3D(3차원) 반도체 생산에 나서기로 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인텔이 새로운 혁명을 몰고 올 경우 반도체 경쟁판도에 상당한 파장이 몰아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국내 업계는 더욱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