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퓨터ㆍ저장장치 등 각종 자료 다량 확보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다량의 컴퓨터 파일과 서류를 확보, 본격적인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미 당국은 지난 1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컴퓨터 5대, 하드 드라이브 10개, 저장 장치 100개, 서류 수천 장을 확보했다고 미 NBC방송이 미 관리의 말을 인용,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실행한 미 해군 네이비실은 빈 라덴이 숨진 직후 그의 수중에서 일련의 전화번호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이 자료 중 일부는 빈 라덴과 다른 지도부와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데 실마리를 제시함으로써 알-카에다 잔존세력을 소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행방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도 자료 분석을 통해 드러나길 바라고 있다.

미 당국은 빈 라덴이 사살 직전까지 머물렀던 은신처에 인터넷이나 전화 서비스가 없었던 점을 미뤄볼 때 알-카에다 지도부가 빈 라덴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동식 저장 장치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한 관리는 UPI통신을 통해 "현재 수백명의 인력이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있다"며 "압수 자료 중 10%만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상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이 자료들이 알-카에다가 최근 어떤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는지를 파악하는데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이었던 (알-카에다의) 테러 음모를 찾아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 자료들은 또한 파키스탄 정부가 빈 라덴의 은신에 도움을 줬는지를 밝히는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빈 라덴을 숨겨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브레넌 보좌관은 "파키스탄 정부나 군 정보당국 내에서 누군가가 빈 라덴의 행방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에게 일종의 지원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는 파키스탄의 빈 라덴 지원 의혹이 자료분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던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극도로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