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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변호사라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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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TV드라마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수한 사법연수생이 거액의 돈에 팔려가 주가조작에 앞장서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재벌 회장의 집사노릇을 하며 불법정치자금을 관리하기도 한다. 변호사들이 법을 어기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필자가 변호사이기 때문에 세상에 비치는 그런 모습들이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대한변호사협회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기자는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변호사는 지성과 정의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그런 이미지가 불식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을 자행하는 일부 변호사뿐 아니라 변호사들 전체에 질타와 충고의 말을 함께 던진 셈이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1만명이 넘는다. 내년부터 사법연수원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2500여명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이 거대한 변호사의 물결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척박한 곳곳으로 법과 정의가 흘러갈 수도 있고,아니면 국민에게 쓰나미 같은 깊은 상처를 주는 재난이 올 수도 있다.

    1만여명의 변호사가 모두 같은 동기를 갖고 법률전문가의 꿈을 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비행기의 1등석을 타고 좋은 차와 집에 고급 와인을 즐기는 꿈을 꾸는 변호사도 있을 수 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같은 경우도 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그는 거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로펌에 가지 않고 자신의 일터로 시카고의 빈민굴을 선택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정체성이 흑인임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약자의 편에 섰다. 변호사인 그는 아래로 내려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겸손의 길을 걸었다. 그런 그에게 돈 많고 인물 좋은 현대판 귀족이자 백인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 후보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조계가 엄청난 지각변동을 하고 있고 수많은 인권 변호사,민생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특권의식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상황이 변했다. 변호사들이 자세를 낮추고 국민 속으로 스며드는 추세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다문화가정 도우미로 활동하는 변호사도 있다. 거대기업의 부정행위를 상대하기 위한 공익소송 변호사 팀도 가동 중이다. 이들은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1주일 만에 손들게 만든 적도 있다.

    변호사들은 소비자를 대신해 부당 요금을 징수하는 통신회사에 도전장을 내기도 한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첨병이고 고용된 양심이라는 기존의 멍에를 과감히 끊어 내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청량리역 앞에서 밥을 퍼주는 변호사들이 속출할 게 틀림없다.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궂은일에 소리 없이 솔선수범하고,봉사 · 헌신하는 데 앞장서는 변호사들이 많이 배출될 때 우리사회에서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신영무 <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ymshin@shink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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