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따뜻한 시장경제' 초심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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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정부개입 큰 혼란 초래…포퓰리즘 벗어야 경제도 성장
최근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보자.저축은행의 부실과 관련해 5000만원 예금자보호 한도액을 넘는 예금과 후순위채권 손실까지 예금보험기금으로 전액 보상해 주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반시장적인지 여부는 둘째 치고 과연 친서민적 법안인지조차 의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나온 법안이라는 것이다.
기업 관련 정책들도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시장기능과 '윈-윈'하는 정책들이 아니라 시장을 정부의 적으로 보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대표적인 게 대 ·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차원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이익공유제가 아닌)일 것이다.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보고 있고 이 이익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나누겠다는 발상이다. 만일 적정이익을 기업들이 정한다면 어느 기업도 초과이익이 나올 수 있게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기업들을 인위적 기준으로 평가해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하겠다는 정책도 있다.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중기적합업종 선정 기준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물론 이 같은 최근의 정책이 정책 입안자들의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선 이해가 간다. 최근 3년여 동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금산분리 완화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 및 복지향상이라는 당초의 목적이 기대만큼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주요 그룹들의 자산총액이나 계열사 수가 증가해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일 것이다. 그 외에도 저축은행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경영자들의 극도의 모럴 해저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반시장적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고 또한 강북의 부동산 가격마저 상승하게 된 뼈아픈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첫째, 집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따뜻한 시장경제'는 정부가 시장을 적으로 보지 않을 때 가능해진다. 지금은 시장이라는 운동장을 넓혀주는 친시장 정책이 아쉬운 때이다. 다만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시장 자체에 진입하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정부가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따뜻한 정부' 역할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좌파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100%가 서민이라 하고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복지라고 주장하는 것이 내년 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친서민과 거리가 먼 무상복지 카드는 실행과정의 어려움과 기대 이하의 효과로 이미 약효가 다 되고 있다. 친시장적 정책을 통한 서민 복지 향상이라는 시장경제 원리를 지킬 때 경제도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와 기업 간에 일방적 관계라는 인식에서 서로 같이 걸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단계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은 시장실패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정부실패로 나타날 수 있다. 기업들도 자신만이 나라 경제를 책임진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강성진 < 고려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