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시장 규모(컷오프) 기준을 없애기로 한 것은 '연간 출하량 기준 1000억~1조5000억원'에 대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반발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상한선을 더 높일 것을 요구했고 대기업은 이를 낮출 것을 주장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동반위는 골치 아픈 시장 규모 기준을 버리고 적합업종 선정의 가능성을 탄력적으로 열어놓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쏟아질 듯

동반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컷오프 방안을 철회했지만 일단은 중소기업 쪽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적합업종 선정을 신청할 수 있는 시장 규모 상한선을 높여달라고 주장하던 상황에서 캡(cap)이 아예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선정 예상 품목으로 거론됐던 장류,연식품류,재생 타이어는 물론 연간 4조~5조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가진 금형 등 여러 품목에서 중소기업들의 적합업종 신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이 10개 이상 속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도 삭제되고 적합업종 신청 자격도 관련 단체가 아닌 개별 기업으로 확대돼 신청 장벽이 낮아졌다.

◆평가 객관성 어떻게 보장하나

적합업종 및 품목 실무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29일 "평가 대상을 우선 넓히고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성평가를 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성평가'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동반위는 △제도운영 효율성(시장 참여 중소기업 수,시장 규모) △중소기업 적합성(1인당 생산성,중소기업 종사자 비중) △부정적 효과 방지(소비자 만족도,협력사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매출 대비 투자 비중,중소기업 경쟁력 수준) 등 4개 항목마다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둘 것인지는 심사 단계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반위가 오는 8월 말까지 적합업종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업체들이 세부 항목 가중치를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위는 '신중한 검토'를 위해 적합업종 선정을 순차적으로 한다고 밝혀 의견 접근이 힘든 업종에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