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긍정적인 마음이 강하고 의욕도 넘칩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3개월 만의 복귀전을 준비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훈련을 지켜봐 온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성희 경기이사의 말이다.

김연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한 차례도 실전을 통해 연기를 점검할 기회가 없었지만 최근 훈련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준우승에 머물렀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비교하면 다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시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찾아온 허탈감과 고된 일정 탓에 경기에 나설 의욕을 찾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김연아도 대회를 마치고 나서 "메달만 따면 된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막상 경기를 치르려니 즐기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훈련하면서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하는 등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13개월의 공백도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긴 공백을 깨고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의욕이 김연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3월 말 예정돼 있던 이번 대회가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한 달 연기된 탓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특히 일본 선수들은 한동안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하는 등 준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그 한 달을 더욱 세밀하게 기량을 다듬을 기회로 만들었다.

그랑프리 시리즈 등 각종 대회를 건너뛰면서 온전하게 체력을 보존했기에 추가로 훈련하는 과정도 어려움 없이 견딜 수 있었다.

고성희 경기이사는 "대회가 미뤄진 한 달의 기간은 컨디션을 더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더욱 가라앉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는 "사실 시즌이 막바지로 들어오면 선수들이 힘들기 때문에 한 달을 더 버티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느냐는 선수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는데, 김연아는 그 기간을 잘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