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기 · 흥 · 정(氣 · 興 · 情)을 느껴보셨나요? 솟구치는 기,즐거운 흥,따뜻한 정이 한국의 힘입니다. "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행정위원회의 방한을 기념하는 환영 오찬이 열린 25일 서울 신라호텔.왕세자를 포함해 장 · 차관 후보로 꼽히는 아부다비의 차세대 리더 20명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영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 장관이 진주(眞珠)에 얽힌 UAE의 아픈 역사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기립박수도 터졌다.

윤 장관은 "유전개발이 본격화되기 전 UAE 지역은 진주 채취에 생계를 의존했는데,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진주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거 가난과 질병의 나라였던 한국과 비교했다. 그는 "상처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한국은 과거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지금은 당당한 원조국으로 변모했다"며 "한국과 UAE는 비슷한 역사를 가진 만큼 포스트오일 시대 UAE의 미래협력 구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들의 방한은 전적으로 아부다비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가 파산위기까지 내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자 UAE의 중심부인 아부다비가 재도약을 위한 '정면교사'로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부다비 지도자급 관료들은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만 연수를 받았다"며 "신흥국을 연수지로 택한 건 한국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한국을 찾아왔던 신흥국은 아부다비만이 아니다. 지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에 이어 올 들어서도 조지아(옛 그루지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이 이미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배우고 돌아갔다.

정부가 신흥국을 대상으로 벌이는 지식공유화사업(KSP)이 가속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흥국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지만,종종 막대한 실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중국이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거의 독식하고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앞서 달리고 있는 것도 30~40년간 꾸준히 쌓아온 신흥국의 풍부한 정보와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다. 아부다비 리더들이 느낀 한국의 '기 · 흥 · 정'이 조만간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서보미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