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막걸리 좀 보내주세요.한 박스라도 빨리요”

서울 중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0)는 요즘 서울탁주 대리점에 하루에 수차례식 ‘재촉’ 전화를 한다.하지만 돌아오는 건 기다리던 술이 아니라 “물량이 딸려서….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대답이다.이씨는 “예전엔 두박스든,세박스든 주문하는 대로 갖다 줬는 데 지난주엔 이틀 동안 한 상자도 받지 못한 적도 있다”며 “인근 편의점과 동네 슈퍼에서 병당 200~300원씩 더 주고 사오는 데 그쪽도 물량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그는 “항암효과 발표 이후 손님들이 낮부터 막걸리만 찾는 데 저녁쯤이면 동이 나서 못 팔고 있다”며 “내일 아침 일찍부터 슈퍼들을 돌면서 되는 대로 사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구제역과 한파로 주춤하던 막걸리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다.지난 14일 “막걸리에 항암물질인 파네졸이 소주,맥주보다 10배 이상 들어있다는 ”는 한국식품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일부 음식점과 소매점엔 ‘품절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갑작스런 주문량 급증에 주요 막걸리 업체들이 대처하지 못해서다.‘장수 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제조협회의 박상태 영업부장은 “이전보다 주문량이 40~50% 늘어났고 업소들은 평소의 2~3배씩 주문하고 있다”며 “서울 7곳 양조장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물량을 대는 데 일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박 부장은 “막걸리는 발효주라 숙성시키는 데 7~10일 걸리고 무한정 만들 수 있는 술이 아니어서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효기간 30일짜리 생막걸리 ‘우국생’을 만드는 국순당도 사정은 비슷하다.강원 횡성 공장을 24시간 쉬지 않고 돌리고 있으나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에 벅찬 상황이다.국순당 관계자는 “올들어 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해외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데다 막걸리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대형 호재가 터쳐 예상보다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며 “판매 비축분도 거의 동난 상황”이라고 말했다.배상면주가는 서울 6곳에서 운영하는 도심형 양조장인 ‘느린마을 막걸리’의 하루 평균 생산량을 25일부터 종전 1200병에서 1800병으로 늘린다.이 곳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 판매를 겸하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지난주초 담근 술이 숙성기간을 거쳐 나오는 것”이라며 “지난주 내내 발생했던 품절 사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인기 막걸리’ 품목의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이들 업체의 막걸리 판매량은 올들어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항암 효과’ 발표 이후 30~40% 증가했다.윤선정 롯데마트 주류 바이어는 “유통기한이 긴 살균 막걸리는 재고가 충분하지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생막걸리 품목들은 주문량의 80~90%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보일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선임상품기획자(CMD)도 “장수막걸리 등 잘 팔리는 품목 위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체상표(PB) 상품 등 대체 품목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