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를 맞지 않기 위해 공모가를 산정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금융감독원과도 상의했고요. "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주식공모를 앞둔 한 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나 공모가가 부풀려져 있다고 퇴짜맞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사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공모주 '대어'로 떠올랐던 골프존을 비롯해 3개 업체가 줄줄이 정정신고서 제출 명령을 금감원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감원의 상장 심사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됐다. 최근엔 달라졌다. 금감원이 사업 성장성,비교업체 선정 등 이전보다 깐깐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 제동을 걸기 일쑤여서다. 상장 예정업체와 주관사들로선 마지막까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3개 업체에 퇴짜를 놓은 이유는 '밸류에이션'이다.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지가 깔려 있다. 금감원의 지적을 받은 3개 업체는 모두 공모가를 낮췄다. '투자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취지가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A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금감원의 깐깐한 상장심사는 아주 바람직하다"며 "상장 준비 기업과 주관사들도 한번 더 검증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런 노력이 일시적 '보여주기용'으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게 기업들의 주문이다. 그러자면 실질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B증권의 IPO담당 임원은 "기관이 참여하는 수요예측도 공모가 부풀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청약 가격을 적지 않는 수요예측 방식은 경쟁률만 높여 공모가를 부풀리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유관기관 및 증권사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금감원의 깐깐한 상장 심사가 열매를 맺으려면 공모가 부풀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안상미 증권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