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 수습을 맡았던 베테랑 엔지니어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 수습에 14년이 걸렸던 스리마일 섬 사고 때보다 훨씬 더 큰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엔지니어 가운데 레이크 배럿은 지금 일본인들이 맞닥뜨린 것과 비교해 볼 때 "그때 사고 수습은 공원에서 산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비유했다.

배럿은 스리마일 섬 사고 수습 초기 당시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선임 엔지니어였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던 스리마일 원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가 비슷하다며 "노심이 부분적으로 용해됐다는 점에서 정말로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미국 엔지니어는 사고 수습에서 몇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원자로 4기가 개별적으로 손상돼 각 원자로를 수리하는 것 자체가 더 복잡하다.

바로 이웃한 원자로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기 때문이다.

또 쓰나미로 파괴된 펌프와 스위치기어 같이 원자로 노심에서 멀리 떨어진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장비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우선 단기적으로 날씨가 변수다.

사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손상된 2차 격납용기 세 곳을 우기가 닥치기 전까지 땜질하려면 불과 수주간의 말미 밖에 없다.

우기가 오면 쏟아지는 빗물로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씻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고 처리를 위한 필수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극도의 피로로 소진되거나 너무 많은 방사선 피폭으로 작업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이 가능하다면서, 물을 냉각재로 쓴다는 공통점이 있던 스리마일 섬 사고 수습 경험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첫번째로 할 일은 원자로와 사용후연료 저장조를 물로 채우는 것이다.

이 물은 다시 펌프로 빼내서 냉각시킨 후 원자로에 되돌려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만 하면 수소 추가 발생에 따른 새 폭발 사고 가능성을 급격히 줄이고 원자로 안정화까지 긴 여정을 출발할 수 있다고 이들은 밝히면서 다른 제반 조치들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