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금융당국 수장과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 간 조찬 회동에선 카드사 과당 경쟁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계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이날 회동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란의 원인을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상당수 카드사들의 잘못된 영업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참석자는 "저축은행들이 카드사들에 영업기반을 빼앗기니까 PF대출로 돌렸던 게 이번 위기의 본질"이라며 "가계부채 문제 역시 카드 때문이며 이러다간 카드대란이 다시 온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는 A금융지주 회장을 향해 "작년에 2조원의 이익을 냈다던데 그 중 1조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화살을 돌렸고 경쟁사인 B금융지주 회장을 향해선 "카드업을 강화하려 한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캐물었다.

다른 참석자는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동조한 뒤 "기계가 신용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카드를 집어넣으면 500만원,1000만원씩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가세했다. 면전에서의 지적에 머쓱해진 한 금융지주사 회장은 "우리 회사는 카드부문 점유율이 오히려 줄었다"고 해명했다.

처음 카드 문제를 제기한 참석자가 다시 "이대로 가다 잘못하면 제2의 카드대란 사태가 온다"며 금융당국 정책을 비판했다. 다른 참석자도 "과거 금융당국의 (카드업에 대한) 규제가 이런 점에서 잘못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질책성 훈수를 뒀다는 후문이다.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참석자들은 주제를 PF사태로 전환해 "은행들이 거래처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건설사를 살리는 게 맞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건설사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늘고 소비도 살아나 전체적인 경제 순환구조가 안정될 수 있다"며 이번 PF사태의 해법은 단순히 금융권의 건설사 돕기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어윤대 KB금융 회장,이팔성 우리금융 회장,한동우 신한지주 회장,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