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 정권 출범 2년…중간 평가 성격
"흑백 갈등, 지자체 심판, 정당간 합종연횡" 관전 포인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한달앞(5월18일)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야당 인사들이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로 당적을 옮기는 등 선거를 앞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5월 취임한 이래 약 2년이 경과한데다 2012년 ANC 총재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주마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곁들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선거 결과 민주동맹(DA) 등 야당이 선전할 경우 주마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당 총재 연임을 놓고 당내외 반발 세력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정국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남아공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속한 ANC가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의 무능에 따른 인프라 서비스 부실 및 일부 인사들의 부패 등으로 민심의 향배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보어인을 쏴라" 노래 금지 소송 ▲시위 주민의 경찰 집단 구타 사건 ▲야당 국민회의(COPE) 일부 인사들의 ANC 이동 등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보어인을 쏴라" 소송 = 남아공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이번 주까지 ANC 청년 간부가 부른 "보어인을 쏴라(shoot the boer)"라는 노래의 금지 여부를 놓고 공판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노래는 작년 ANC 청년조직인 ANCYL(ANC청년동맹) 총재인 줄리어스 말레마가 불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들에 의해 피살됐는데 말레마의 노래가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소송은 백인 측 시민단체인 아프리포럼이 법원에 이 노래의 금지를 신청해 시작됐는데 공판이 진행되면서 흑백 간에 첨예한 논리 다툼이 전개되고 있다.

백인 측은 그 같은 노래가 백인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고 백인들에게 위협적으로 작용한다며 금지를 주장한 반면 흑인 측은 과거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부른 투쟁가일 뿐이며 실제로 백인을 살해하라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판이 진행되면서 양쪽 간의 논리 다툼이 치열해지고 말레마를 지지하는 흑인 청년들이 법정 밖에서 지지 집회를 가지면서 오히려 이번 공판이 흑인들의 ANC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시위 주민 집단 구타 사건 = 남아공의 한 중부 시골 마을에서 지자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주민이 진압 경찰에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이 나라 중부 프리스테이트주의 픽스버그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안드리에스 타타네(36)가 진압 경찰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뒤 곧바로 사망한 것.
이번 사건은 진압복을 입은 여러 명의 경찰관이 곤봉을 휘두르며 비무장한 시민을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국영 SABC TV 카메라에 의해 포착돼 이를 지켜본 시민의 공분을 샀다.

이에 나티 음테트와 치안장관이 서둘러 관련 경찰에 대한 수사를 지시, 6명의 경찰관을 체포했으며 여당과 야당 모두 경찰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대체로 ANC가 장악한 지자체 일부가 무능과 무사안일 등의 이유로 전기, 수돗물 공급 등 인프라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지역 실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타타네는 전기, 수돗물 공급 등 지역 주민에 대한 기본 서비스가 부실하다며 지역 정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거리 시위를 벌이던 중 참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남아공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한 교민은 도농간 빈부격차 등으로 시골에서는 여당에 대한 민심이 그리 좋지 못하다며 설령 흑인 정당인 ANC를 지지하더라도 썩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야당 COPE의 일부 인사 ANC로 복귀 = 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ANC에서 이탈해 제3당 국민회의(COPE)를 결성했던 일부 인사들이 ANC로 되돌아갔다.

18일 COPE의 전 대변인이었던 JJ 타바네, COPE의 전국집행위원회 위원이었던 룽가 케페 등 4명의 지도급 인사가 ANC로 복귀한 것.
이번에 ANC로 복귀한 인사들은 COPE에서 주도권을 놓고 법정 소송까지 벌여온 음바지마 실로와-모슈아 레코타 계파 중 실로와 측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OPE는 지난 2009년 4월 총선에서 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당으로 부상했으나 이번 일부 인사의 이탈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COPE가 제1야당 DA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부에선 제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