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과 관련,요즘 경제 관료들이 앵무새처럼 내뱉는 말이 있다. "2분기에는 괜찮아질 것"이란 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묻는 질문에 "올해 2 · 4분기 이후에는 어려움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정부 말대로 과연 물가는 2분기에 잡힐까. 국내만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초까지만 해도 물가에 부정적 요인만 즐비했는데,최근에는 긍정적 요인들도 나타난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물가급등을 초래한 주범인 식탁물가가 점차 떨어지는 것이 그렇다. 단일 품목으로 물가 기여도가 가장 높은 기름값도 주간 단위로는 27주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공산품과 서비스요금은 심상치 않다. 외식비 등 개인 서비스요금은 한번 오르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 당국을 괴롭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주 물가안정대책회의(22일)에서 서비스요금 대책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대외 여건은 더 안 좋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를 봐도 그렇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성장률보다는 물가 부분인데,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올렸다. 경기과열권인 신흥국 중심으로 나타나던 인플레가 이미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인플레가 확산되면 국내 물가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다.

이번 주에는 발표가 예정된 경기지표가 없다. 하지만 경제 · 금융 분야 현안들이 진행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산장애 발생 일주일이 지나가는 데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농협은 위기관리능력 상실 위기에 빠졌다. 고객 보상을 놓고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과 한은 · 금감원의 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 등 건설사들의 잇단 법정관리 신청을 초래한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문제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저축은행 PF대출 비율 규제의 적절성을 놓고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축은행 청문회도 관심이 가는 이벤트다. 저축은행 부실 책임 규명을 위해 열리는 청문회에는 이헌재 ·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물론 윤 재정부 장관,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전 · 현직 경제 · 금융당국 수장들뿐 아니라 당시 정책 실무를 맡았던 관료들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관심 초점인 전 경제부총리들이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아 예상보다 싱겁게 끝날 개연성이 크다.

오는 22일에는 '2011년 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향후 5년간 국가 재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총론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가채무를 얼마로 줄이고 재정수지를 언제 균형으로 맞출 것인지 등이 핵심 안건이다.

이와 함께 내년 지출예산을 분야별로 얼마씩 배분할지,원칙과 방향을 놓고 각 부처 장관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이날 논의를 기초로 정부는 부처별 지출한도를 정해 내년 예산안 편성에 돌입한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