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더 이상 주요 7개국(G7)이나 G20의 것이 아니다. 브릭스는 세계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세계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이 14일 중국의 휴양지 하이난다오(海南島)의 싼야(三亞)에서 열린다. 올해로 세 번째인 이번 회담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새 회원국으로 맞이한 브릭스는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미국 중심의 서방 세력에 맞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 5개국 정상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정치 · 경제 분야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들은 공동회의에 이어 개별적으로 릴레이 양자 회담도 갖는다.

싼야 회담은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질서 재편 등 경제 · 금융 이슈에 주력했던 브릭스가 중동 사태를 계기로 국제정치 이슈에도 적극 개입할 것인지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은 지난달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승인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 때 동시에 기권하는 '단체행동'을 통해 세력을 과시했다.

이번 회담에서 서방 국가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할 경우 브릭스가 국제정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 간 경제 협력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브릭스 정상회담 일정이 14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겹치는 것부터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선진국에 맞서기 위해 브릭스를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이머징의 힘을 키우려 한다"며 "오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릭스가 주요 경제이슈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브릭스 5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무역액의 15%,면적의 30%,인구의 4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이 행동을 통일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외교부의 우하이룽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최근 "브릭스 국가 사이의 협력 시스템 건설은 국제 정세에 부합하는 것으로 신흥국가 도약에 따른 필연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싼야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다. 원자재 가격 강세만 해도 자원부국인 러시아,브라질과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입장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유엔안보리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중국이 반기를 들고 있다. 위안화 절상도 껄끄러운 주제다. 실제로 호세프 대통령은 12일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위안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릭스 5개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브릭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5개국을 총칭하는 말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이 처음 쓰기 시작했다. 브릭스(BRICs) 또는 브릭(BRIC)으로 불리다 지난해 말 남아공이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브릭스(BRICS)로 통일됐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