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11일 재개된 자신 소유의 언론기업 메디아셋(Mediaset)의 세금 사기 사건에 관한 재판에 출석, 검찰을 강력히 비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밀라노 법원에 출두, 취재진들에게 "검찰이 국가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정치투쟁의 무기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면적인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 소속 지지자들이 `힘내라 실비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파란 풍선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올해 74세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지난주에 시작된 미성년 나이트클럽 댄서 카리마 엘-마루그(일명 루비)와의 성매매 및 권력 남용 혐의에 관한 재판에 대해서도 "가소롭고 사실무근이며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자신의 성매매 혐의에 대해 2만 쪽에 달하는 공소장을 제출한 데 대해 "전화도청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문명화된 나라에서는 전화도청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지구상에서 가장 소송을 많이 당한 남자"라고 주장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990년대 초부터 셀 수없이 많은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8일 8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소유한 또다른 언론기업 메디아트레이드(Mediatrade)의 세금 사기 사건에 대한 법원의 비공개 심문에 출석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일 시작된 미성년 성매매 사건 재판과 지난달 21일 영국인 조세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밀즈에게 위증 대가로 거액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열린 재판에는 공식 일정을 이유로 출두하지 않았다.

이날 재개된 재판은 베를루스코니 소유의 메디아셋이 TV 및 영화 판권 거래액을 부풀리고,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설립한 2개의 기업을 통해 매입자금을 들여온 혐의에 관한 것이다.

이 재판은 여당이 고위 공직자의 재판 출석을 유예하는 `방탄법안'을 채택한 지난해 4월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 1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이 법안에 대해 부분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재개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재판은 `루비 게이트'로 알려진 미성년 성매매 혐의, 데이비드 밀즈 변호사에 대한 위증교사, 소유 기업의 세금 사기 2건 등 총 4건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