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지난달 연체율은 1.32%에 달해 작년 말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중소 ·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도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기회복을 채 실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벌써 검은 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잔뜩 안고 있는 건설회사들이다. 은행에서 빌린 자금이 작년 말 6조4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1.84%에서 2010년 말 4.62%로 급증했고,올 2월 말에는 6.67%로 더 올라갔다. 이는 2월 말 은행들의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 1.52%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자산 건전화 강화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3조6000억원의 PF대출을 축소해야한다. 이미 동일토건 월드건설 한솔건설 LIG건설 등 중견업체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내로라하는 몇몇 그룹계열 상위권 업체들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한계기업들에는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 이어 유럽도 기준금리를 올렸고, 미국조차 하반기에는 양적완화정책을 버리고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물가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출구전략이 추세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경제주체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기업경영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유동성 확충을 최우선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사업 구조조정은 물론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로서도 구조조정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전략을 구체화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