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은 늘 커 보인다. 식당에서도 옆사람 메뉴가 더 맛있어 보이기 일쑤다. 직장도 다르지 않다. 취업만 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을 것 같던 마음은 잠시,금세 친구 직장이 훨씬 좋게 느껴진다. 연봉도 많은데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적은 것 같고 비전까지 괜찮다 싶다.

그러니 여차 하면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 이구백(20대 90%가 백수)에 아랑곳없이 대졸 신입사원 15.7%가 입사 1년 안에 퇴사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중소기업(22.3%)이 많지만 대기업도 7.4%에 이른다. 이유는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급여 및 복리후생 부족' 등이다.

1년을 넘긴 사람도 3~4년째가 되면 고비를 맞는다. 이후에도 봉급쟁이의 꿈은 한결같다. 턱없는 일로 잔소리를 해대는,방향 없는 지시를 해놓곤 일이 잘못되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발뺌하는 상사,월화수목 금금금 몰아세우고도 승진에서 탈락시킨 회사를 향해'사표'두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써서 내던졌으면 하는.

이런 마당에 누군가 딴 데로 스카우트됐다는 말을 들으면 부럽기 짝이 없다. 연봉만 얼마가 올랐다,대리였는데 과장이다,복지 혜택은 어떻다 등 자랑까지 늘어놓으면 속이 뒤집힌다. 결국 유학길에 오르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가 하면 오라는 곳을 향해 일단 떠나고 본다.

실제 10대 그룹 계열사 직원(임원 제외)의 평균 근속연수는 9.6년이고,평균급여액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인터넷 포털 기업은 3.5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의 떡도 막상 쥐어보면 그저 그렇거나 작을 수도 있는 법.취업포털'사람인'의 조사 결과 이직자 67.1%가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보도다.

이유는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부실해서''근무지나 복리 후생 등 조건이 생각과 달라서''협상한 연봉,승진이 반영되지 않아서' 등.사표 쓰는 데만 신경 쓴 나머지 옮길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직하는 바람에 전직장만도 못한 곳에 들어갔다는 얘기다(인크루트).

이직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선험자들의 조언은 같다. '적어도 3년은 다녀라''지금 맡은 업무부터 충실하라' 등.정 아니다 싶으면 새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연봉과 시간 모두 많은 직장은 없고 고약한 상사는 어디나 있다. 스펙만 더한다고 조건 좋은 직장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사표 쓰기 전에 한번쯤 더 생각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