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달러화 등 외국 통화로 표시되는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통화스와프,달러화 자산 · 부채 매칭(일치)을 통한 환 헤지(회피) 등 다양한 금융상품 및 기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이 그만큼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 1분기 국내 채권시장에서 발행한 달러화 등 외화표시채권은 3조3819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5797억원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올 1분기 전체 회사채 발행액은 12조6395억원이었다. 전체 회사채의 4분의 1이 넘는 26.76%가 원화가 아닌 달러화 등 해외 통화로 발행된 셈이다.

정원석 L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통화스와프 같은 신종 금융기법을 사용하면 변동금리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고정금리로 원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조달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며 "2007~2008년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신종 자금조달 기법이 작년 하반기부터 더욱 활성화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외화표시채권 발행은 KT 신세계 롯데칠성 롯데쇼핑 호텔롯데 GS칼텍스 삼성토탈 기아자동차 포스코건설 등 신용등급 AA-급 이상 초우량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웅진코웨이 롯데알미늄 SK건설 현대파워텍 등 A급 기업들도 외화표시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김동환 대우증권 캐피탈마켓본부 차장은 "환위험 등을 없애기 위해 외국계 은행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량 기업들만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며 "미쓰비시도쿄UFJ 미즈호 등 일본계와 싱가포르 중국 등 총 10여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한국 기업 외화표시채권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