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의 런민대는 아시아 대학생들의 창업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등 5개국 대학생 140명이 참가한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이 대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5개국 학생들은 런민대 강당에서 창업 아이템 보유자와 투자자를 연계하는 플랫폼 사업,전화음성 인식을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한 뒤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도록 도와주는 'E-motivate 시스템' 등 다양한 창업아이템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에 참가한 신보현 씨(홍익대)는 "대학가에 이동식 버스 레스토랑을 배치하고 내부에 각국 대학생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화상채팅기를 설치하면 어학공부와 정보공유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대학생들의 사회성과 국제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제안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현지에서 가이드를 섭외해 주고 '맞춤형 여행'이 가능하도록 일정을 챙겨주는 온라인 여행 서비스는 중국 · 일본 대학생팀이 몇 분 간격으로 나란히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선보인 대학생들이 유독 많았다. SNS가 정보기술(IT) 트렌드의 중심에 있음을 확인케 했다. 행사장엔 중국내 유수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참관,창업 아이템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창업교류전이 단순한 아이디어 경연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양즈지안 씨(싱가포르경영대 · SMU)는 "아시아 대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이런 뜻깊은 행사가 10년 동안 지속돼온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젊은이들의 열정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정신을 배울 기회를 줘 고맙다"고 기자의 손을 덥석 잡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듯하다가 미국으로 회귀하게 된 원인을 실리콘밸리의 벤처정신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도전정신으로 뭉친 아시아 대학생들의 만남이 소중한 까닭이다. 베이징의 '벤처밸리'로 알려진 중관춘 과학기술원구의 런민대 강당에서 이뤄진 이번 만남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견인할 아시아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을 잉태하는 씨앗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준혁 베이징/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