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기름값 인하…GS칼텍스 "공감은 하지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준비시간 필요…인하폭·시기는 못밝혀
정부 압박과 주주 사이에서 정유사 '고민'
정부 압박과 주주 사이에서 정유사 '고민'
GS칼텍스는 4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동 정세 불안 등에 의한 지속적인 고유가로 국민 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어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와 경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인하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 "시스템이 갖춰지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에너지가 7일부터 3개월간 휘발유와 경유 값을 ℓ당 100원 인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오전부터 다른 정유 3사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SK에너지가 기름값 인하를 전격 선언하면서 다른 정유사들도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유업계는 기름값 인하 폭과 인하 시기 등을 놓고 고민이 깊다. SK에너지는 3개월간 기름값 인하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정유사들이 같은 조건으로 기름값을 내린다면 정유업계 전체로는 금전 손실이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거나 공동 대주주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1대 주주로 35%의 지분을 갖고 있다. GS칼텍스는 지주회사 GS와 미국계 석유자본 셰브론이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관계자는 "주주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기름값을 인하할 경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기도 힘들다. 기름값이 100원이나 차이나면 고객 이탈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는 고유가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름값을 인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정부의 압박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최근 한 포럼에서 "영업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는 한국전력이나 제당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정유업계를 압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대규모 담합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져 정유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최근 정유사들에 담합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주유소 원적지 관리를 담합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조재희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