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빅 리그로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된 박주영(26·AS모나코)이 프랑스 진출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박주영은 3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2010-2011 프랑스 정규리그(리그1) 29라운드 아를 아비뇽과의 원정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87분을 뛰면서 후반 21분 멋진 발리슛으로 2-0 승리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지난 2월27일 정규리그 25라운드 SM캉과의 홈경기(2-2 무승부)에서 시즌 8·9호 골을 몰아넣은 후 5주 만에 터져 나온 골이다.

지난달 21일 낭시와 치른 홈경기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팀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낸 박주영은 이 골로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0골을 수확하며 프랑스 진출 세 시즌 만에 처음으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박주영은 프랑스 진출 첫해였던 2008-2009시즌 5골을 수확하며 연착륙에 성공했고, 2009-2010시즌에는 정규리그 8골과 프랑스컵 1골을 합쳐 총 9골을 넣었다.

박주영의 골 소식이 더욱 반가운 것은 최근 빅 리그 이적설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로서 오랜만에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럽 프로축구 1부리그 무대를 밟았던 한국 선수 중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과 벨기에에서 뛴 설기현에 이어 박주영이 세 번째다.

차범근 전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소속으로 1979-1980 시즌부터 1985-1986 시즌까지 총 여섯 차례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설기현은 2000-2001 시즌 로열 앤트워프에서, 2002-2003 시즌에는 안더레흐트에서 뛰면서 각각 정규리그 10골과 12골을 올렸다.

유럽 5대 프로축구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로 한정하면 차 감독이 17골을 수확했던 1985-1986 시즌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박주영 개인 기록상으로도 정규리그 두자릿수 득점은 6년 만이다.

박주영은 K리그에 데뷔했던 2005년 정규리그에서만 12골, 리그컵까지 합하면 모두 18골을 뽑아냈고 2006년 시즌에는 총 10골을 기록했지만 정규리그 득점은 7골이었다.

박주영의 두자릿수 득점은 최근 빅 리그로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격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두자릿수 득점은 정상급 공격수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데 수준 높은 유럽리그에서 이를 달성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볼턴 등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리버풀은 최대 후원사인 스탠더드차타드 은행이 리버풀-FC서울의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등 아시아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데다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아시아 선수 영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박지성(30·맨체스터유나이티드)을 거론하는 등 한국 선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리그 18위로 좀처럼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나코 구단 입장에서도 박주영의 이런 활약은 여러모로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성적 부진으로 시즌 도중 사령탑이 바뀌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포' 박주영이 활약해야 그나마 강등권 탈출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다.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도 박주영이 더욱 활약해 줘야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박주영 개인적으로나 팀으로서도 그의 두자릿수 득점이 반가운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