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가 또 장기화조짐을 보여 정말 죽을 맛입니다. " 28일 오전 광주버스터미널 2층 금호고속 대회의실.금호타이어 분규와 관련해 호소문을 발표한 배영수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협의회장(유진종합기계 대표)은 향후 대책을 묻는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체 230여 협력업체 중 최근 들어 부도로 쓰러진 협력업체만도 5곳에 이른다"는 그는 "이젠 우리가 단체행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원들 요구가 빗발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피해를 속절없이 감수하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모든 일정을 미룬 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아가 노사 양측을 만난 강운태 광주시장도 "금호타이어는 광주시민의 기업"이라며 "진정성을 가진 대화로 사태를 조기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과는 반대로 금호타이어 노사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지난 25일부터 나흘째 파업 중이다. "지난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실질임금 30~40% 삭감 등 큰 부담을 떠안은 덕분에 회사가 이익을 낸 만큼 이젠 이를 서로 나누자"는 게 파업의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회사 측은 "이번 파업이 지난해 임단협에 따른 2년간 평화유지 의무기간 준수를 위배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노조가 불법행위 중단을 약속할 때까지 대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들이 출근하면서 직장복귀를 요청한 이상 회사의 직장폐쇄는 불법"이라며 "파업이 불법행위임을 시인하라는 확약서 강요를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노사가 귀를 닫은 채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통에 지역경제만 멍들고 있다. 이날도 금호타이어 가동중단으로 지역경제 비중이 가장 큰 기아차 광주공장의 스포티지R 생산라인이 유탄을 맞았다. 타이어수급이 안돼 주야 2시간씩 총 4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되면서 400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사 모두의 냉정과 양보가 아쉽다.

최성국 광주/지식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