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이후 이라크 상황 닮아
NFZ 속에서 후세인 건재…'정권교체' 목표 변수

서방 연합군이 공습을 시작한 리비아 상황이 1991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상대로 한 걸프전 이후 상황과 비슷해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제2의 사담 후세인'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리비아 공습 초기 상황은 후세인 축출에 나서지 않고 비행금지구역(no-fly zone)만 운용했던 당시 이라크 상황과 닮았다.

후세인은 걸프전 이후 12년 넘게 더 집권했다.

1991년 이라크에서는 북쪽의 쿠르드계와 남쪽의 시아파가 걸프전 이후 후세인 정권이 약화된 틈을 타 동시에 봉기를 일으켰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 아래 억압받았던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부족들이 반(反)정부 시위에 나섰고, 후세인이 그랬듯 카다피도 이들을 무력 진압했다.

바그다드-쿠르드의 대립 구도가 현재 리비아의 트리폴리-벵가지 대치와 유사하다.

리비아 정부군이 공군력을 동원해 저항세력을 공격하는 양상도 이라크군 헬기가 쿠르드 반군을 목표물로 조직적인 공격을 가한 것과 닮았다.

카다피의 전략.전술과 양측의 군사적 우열, 그리고 국제사회의 정세판단과 그에 따른 대응 방식으로 인해 리비아 시나리오가 1991년 이라크를 닮아가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최근 분석했다.

런던퀸메리대학과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속 이라크 전문가인 토비 도지 박사는 "국제사회는 후세인이 축출될 것으로 보고, 특별한 개입 없이 이라크를 고립시키기만 하면 나머지는 국민이 해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건재했고 2003년 이라크전 발발 때까지 12년을 더 집권했다.

이번 서방 연합군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승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3호 역시 정권 교체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20년 전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주도했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이번에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일환인 초기 공습을 주도했다.

그러나 앞으로 리비아가 걸프전 이후 이라크가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전문가들은 연합군 공격의 최종 목표를 정권 교체에 둘 것인지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2차 공격을 주도한 영국 정부 내에서는 `카다피도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같은 의견은 이라크전 발발 때까지 12년 넘게 계속됐던 이라크 `북부' 및 `남부' 비행금지구역이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확실한 결론을 내기 위해선 연합군에 의한 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초 보스니아 주둔 영국군 사령관을 지낸 밥 슈트어트 대령은 "결국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유엔의 이번 결의안 가결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상군 투입을 통한 지배는 금지돼 있다.

이미 이번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서방의 주요국인 독일조차 기권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엔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리비아 지상군 투입과 카다피 `처형'에 나서는 것은 강대국의 욕심에 찬 패권주의라는 비판 이전에 현실적으로도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현제로선 대세다.

그럼에도 상황 변화에 따라선 카다피가 후세인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만은 어렵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