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현재 프로 미식축구의 스타 플레이어가 되어 볼티모어 '레이븐스'팀의 주 공격라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마이클 오어'라는 흑인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종차별의 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테네시주에서 태어난 흑인 사생아,마약 중독자인 엄마,17세 때 집을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서성일 때 만난 투오이라는 백인 가족,저능아로 낙인이 찍힌 '마이클 오어'를 미시시피대의 미식축구 선수이자 전액 장학생으로 들여보내는 투오이 가정의 아름다운 사랑과 헌신,그리고 이들이 겪는 도전과 갈등이 잘 그려진 감동적인 영화다. 이 영화로 투오이 부인 역할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인종과 빈부차를 뛰어넘는 인간존중의 승리다.

'블라인드 사이드'란 보지 못하거나 법과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말한다. 미식축구에서는 쿼터백이 보지 못하는 지역을 말한다. '마이클 오어'의 역할이 바로 이 사각지대로부터 쿼터백을 보호하는 오펜시브 라인맨이다. 음지인 사각지대에서 양지로 나온 '마이클 오어'가 하는 일이 사각지대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보호하는 것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종 문제는 인권의 사각지대다. 한국도 이 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놀라운 경제 발전과 빠른 세계화로 인해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과 수많은 다문화가족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 대체로 한국인은 백인에게는 관대하지만 흑인과 다른 아시아인들에 대해서는 편견이 큰 것 같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이 직장과 거리에서 차별과 천대를 받고,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은 편견과 놀림,왕따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편견은 유학온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한국을 동경해서 유학왔던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는 반한파가 된다는 소식까지도 접한다.

한국은 국격을 높이기 위해 국가브랜드위원회까지 운영하고 있다. 국외에 기울이는 노력 만큼,나라 안에 존재하는 인권 사각지대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고용 임금 거주 교육 등과 관련,법적 ·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외국인조차도 한국인과 동등한 이웃으로 인정받을 때를 말한다. 유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이들 외국인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 친한파가 될 수 있어야 국격이 높아질 것이다.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주연을 맡은 블록은 인종차별자인 친구들을 향해 'Shame on you!'(창피한 줄 알아!)라고 외친다.

언제 마이클 오어 같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고,투오이 가족같이 버림받은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참된 인간 존중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한국에서도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이민자들이 장관,국회의원,장군도 되는 꿈을 꿀 때 한국은 참으로 국격이 높은 세계화된 나라가 될 것이다.

안창호 < 美렉산제약 회장 ahnch@rexah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