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지난 18일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공조 개입에 합의한 이후 엔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G7 성명서가 당일 하루 동안의 시장개입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엔화 가치가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일 경우 G7 중앙은행들이 다시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조 개입 이어질 가능성

엔화는 21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0.91엔에 거래되며 18일 뉴욕 종가(80.58엔)보다 하락했다. 1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달러당 76.25엔)와 비교하면 G7 중앙은행들의 공조 개입으로 엔화 가치는 일단 6%가량 떨어졌다. 엔화는 유로화와 호주달러 등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냈다. 헤지펀드 등의 엔화 가치 상승 베팅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개월 뒤 엔화를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엔화를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 간 가격 차이가 G7 공조를 전후로 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낮아졌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줄었다는 얘기다. 일본 대지진 이전엔 이 차이가 0.21%포인트에 불과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로 인한 중동지역의 리스크 고조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엔화 가치가 다시 들썩이면 일본은행(BOJ)과 G7 중앙은행들이 재차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정한 환율 수준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달러당 80엔이 다시 깨지면 또 한 차례 시장개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우에다 마리토 FX프라임 선임 이사는 "BOJ의 단독 또는 국제 공조 개입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의 경계감은 엔고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단기 엔고,장기 엔저 전망

일각에선 복구자금 마련을 위한 일본 정부와 기업의 자산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개입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스티븐 젠 블루골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이사는 "일본은 스스로 복구할 자금을 마련할 만큼 부자"라며 "이는 결국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환수가 일어날 것이란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가 70엔대 초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약세 요인이 더 많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화는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와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1986년 이후 지속돼온 경상수지 흑자 때문에 강세를 보였는데 지진 피해로 수입이 늘고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평균 엔화 가치는 달러당 88엔으로 지난해보다 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05년 이래 최대 하락률이다. 닉 베넨브뢰크 웰스파고 외환투자전략 담당자는 "엔화는 점진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12개월 뒤 달러당 86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소재 도쿄은행의 리 하드먼 전략가는 연말 달러당 89엔 수준을 예상했다.

◆ 외환시장개입

중앙은행이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 자국 외환시장에서 보유 외화를 팔거나 외화를 매입하는 것.일본은행(BOJ)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들은 지난 18일 급격한 엔화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엔화를 파는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