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냉각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벗어난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원전 1∼6호기와 사용후 핵연료 저수조 온도가 모두 100도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각펌프가 제기능을 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어 섣부른 낙관은 이른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간 관심사였던 전력 공급선도 이어졌지만 돌발 변수도 산적해 있다.

◆원자로 주변 온도 100도 미만으로 안정세

21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와 사용후 핵연료 저수조 온도가 모두 섭씨 100도 미만으로 떨어졌다.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20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수치는 일본 국민들이 안도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자위대 헬리콥터 측정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3호기 저수조의 온도는 한때 128도까지 치솟았다. 이와 관련, 도쿄전력도 6개 원자로 가운데 2호기 경우 사용후 핵연료 저수조가 냉각되면서 현재 안전한 상태에 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또 5호 및 6호기도 사용후 핵연료 저수조에 수일간 펌프작업을 통해 물을 주입한 끝에 온도를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앞서 전력이 공급돼 냉각기가 가동되면서 5,6호기의 폐연료봉 수조 온도는 19일 오전 68.8도와 67.5도에서 20일 오전 7시에 37.1도와 41도로 각각 20도 이상 떨어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자로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폐연료봉 노출로 다량의 방사선이 누출되고 있는 3호기에는 19일과 20일 이틀간 수천t의 물이 투입됐고, 20일 오전부터는 4호기에 대한 살수작업도 시작됐다. 이들 원자로가 ‘안정상태’를 되찾음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체르노빌 사태와 유사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3호기 상태는 여전히 장담못해

원자로의 온도가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돌발 변수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3호기를 중심으로 여전히 폭발 우려가 적지않게 남아있다. 냉각펌프가 가동되더라도 건물 내에 예상보다 많은 수소가 응측돼 있으면 전기가 흘렀을 때 불꽃이 튀며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20일 오후 현실이 됐다. 3호기 원자로 격납용기내 압력이 다시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력복구와 살수 작업이 모두 일시 중단됐던 것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핵연료봉과 원자로 압력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격납 용기 아래에 있는 도넛 모양의 배관을 개방했다”고 말했다. 원자로 배관을 개방하면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불가피하다.

◆수돗물서도 방사선 검출

일본 전역은 주요 식품과 음용수에서 방사선이 검출되면서 방사성 물질 확산 공포에 휩싸였다. 이바라키현 히타치시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기준치의 27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왔고, 후쿠시마현의 수돗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한때 검출됐다.

문부과학성은 전국의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도쿄와 도치기현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군마와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니가타현에선 요오드가 각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서쪽 30km 떨어진 이타데촌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 요오드가 기준치의 3배 이상이나 검출됨에 따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음용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마쓰다 다카유키 후생노동성 대변인은 6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타데촌의 간이 수돗물에서 1㎏당 965베크렐의 요오드가 검출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도쿄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수돗물과 시금치, 우유, 쑥갓 등에서 미량이나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방사선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망 실종자 집계 2만1000명 이상

진도 9.0 강진과 거대 쓰나미가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지 열흘째인 20일 오후 11시 현재 사망·실종자 수가 2만1381명에 달했다고 일본 경찰청이 발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12개 도도현(都道縣)에서 8450명에 이른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행방불명자도 6개 현에서 1만2931명이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현의 경우 지금까지 505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지진,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물질 누출사태로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고신에츠(甲信越) 등에서 나온 피난민 수가 35만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에 급파됐던 세계 각국의 구조팀들이 임무를 마치고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있다. CNN방송은 미국 구조팀이 지난 19일 6일간의 구조 작업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74명으로 구성된 구조팀은 이와테현의 오후나토와 가마이시에서 수색 작업을 펴 일부 시신을 수습했으나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중국 구조팀도 20일 귀환했다. 도쿄 북쪽 미나미산리쿠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던 뉴질랜드 도시탐색구조(USAR)팀도 임무를 끝내고 20일 귀국했다. 영국과 독일, 스위스 역시 구조팀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