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의 힘은 역부족이었을까?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면 장하성 펀드)가 태광산업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18일 오전 9시 서울 신문로1가 흥국생명빌딩 씨네큐브에서 열린 태광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장 펀드가 올린 3건의 안건 중 한 건은 중도 포기했고, 나머지는 회사측의 안건대로 통과됐다.

장 펀드의 의견은 모두 부결된 셈이다. 장 펀드는 보통주 1주당 4만2000원의 현금배당을 주장해 회사측의 1750원과는 상당한 차이를 뒀다. 개표 결과 현금배당 건은 49만2296주(85.16%)가 이사회의 손을 들어줘 과반수 이상으로 가결됐다.

앞서 KTB자산운용을 비롯한 우리자산운용, KB자산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은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을 주주제안에 던졌다. 회사측이 제시한 주당 1750원에는 반대표를, 장 펀드가 제안한 4만2000원에는 찬성표를 공시한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예전과는 달리 장 펀드 쪽으로 서면서, 증시 안팎에서는 펀드들의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 안에는 뻔한 답이 있었다.

또한 보통주 1주당 9주의 주식배당을 주장했지만 정관에 부딪혔다. 9주의 분할을 하게되면 정관상의 주식수 범위(160만주)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 펀드가 자진 철회하게 됐다.

강석연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주주안건으로 상정했었지만 이 역시도 좌절됐다. 이사회측은 추천한 이상훈 사내이사와 유국형 사외이사로 확정됐다.

번번히 좌절된 만큼 주총장의 분위기도 살벌했다. 보통의 회사들이 30여분 안팎에 끝난 것과는 다르게 태광산업의 주총은 1시간 30여분을 헤아렸다. 이 시간동안 주총장에서는 1시간 30분동안 주주들간 고성이 오갔다. 주총장 밖에서도 다소의 잡음이 있었다. 집입을 시도하려는 취재진들과 촬영 및 입장을 제지하는 임직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태광산업에 이어 개최된 대한화섬 주총에서도 장하성 펀드의 안건들은 부결됐다.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비롯해 김경율 사외이사 선임안 등의 안건이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