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설비 시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아레바,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과점하고 있다. 원전시장은 2030년까지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전 르네상스를 맞아 이들 주요 업체는 '3세대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치열한 수주 전쟁을 벌여왔다. 한국 역시 짧은 원전산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06년 10월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에 인수하고,2007년 아레바가 미쓰비시와 신형 원전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같은 해 히타치도 GE와 합작회사를 설립,미국 및 세계 시장 진출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들 원전 설비 제조업체는 해당국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국가 주도로 종합적인 시장 공략 전략을 펼쳐왔다. 프랑스는 공개적으로 '팀 프랑스(Team France)' 전략을 표방했다. 국영 전력회사 EDF와 원자로 공급업체 아레바,터빈 공급업체 알스톰 등이 공동 수주전에 나섰다. 지난해 70억유로 규모 인도 원전을 수주한 것도 이 같은 총력전에 힘입은 것이다.

미국 원전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온실가스 대응책으로 원전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것은 미국 원전 시장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웨스팅하우스를 앞세워 지난해 중국에서 산먼과 하이양 원전을 수주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원전업계에서는 "미국은 100여기에 달하는 노후 원전을 관리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엄청나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이 원전 모델을 개발한 GE의 원전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전까지 경제산업성 주도로 '올 재팬(All Japan)' 전략을 구사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도시바와 히타치,미쓰비시중공업 등 원자로 공급업체 3곳과 도쿄전력 등 10개 전력회사가 참여하는 연합 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표방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도 거뒀다. 한국형 원전 사업에는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포스코,대우조선해양,STX중공업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기술력이 집적돼 있다. 원전 시공 부문에서는 현대건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