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외환시장 공조 역사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던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시장개입을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끌어올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대규모 재정적자 속 고금리 정책으로 미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악화되는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는 취지였다. 이 합의로 1주일 만에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 가치는 각각 7%,8% 상승했다.

이후 2년 동안 미 달러 가치는 30% 이상 떨어지며 미 경제가 안정을 되찾는 데 기여했다. 1987년에는 엔화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루브루 합의'가 나왔지만 실효성 없이 흐지부지됐다.

반대로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뒤에는 '주요 7개국(G7)'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로 합의한 '역(逆)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지진 피해를 본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당시 일본 보험사들은 전 세계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매각해 엔화를 거둬들였다.

또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면서 엔화 강세를 더욱 부추겼다. 고베 지진이 터진 뒤 석 달 새 달러 대비 엔화값은 18%가량 급등했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1995년 4월 G7 경제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저를 유도하기로 합의하면서 엔화 약세-달러 강세 현상이 빚어졌다. 이 같은 달러 강세로 인해 아시아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로화 출범 초기인 2000년 9월에는 도입한 지 2년도 채 안되는 유로화가 급락하자 각국 중앙은행이 유로화를 떠받치기로 합의했다. 일본 미국 유럽이 동시에 유로화를 매입함으로써 유로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10년6개월 만에 G7이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단기 급등한 엔화 가치를 잡기 위한 공조에 착수했다. 이번 G7의 공조 대처가 국제 외환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