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18일 10년여 만에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최근 몇 년간 환율개입을 중단해온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입장에선 환율 정책에서 큰 변화를 감수한 것이다. 그만큼 주요국들이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의 금융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합의는 복구자금 마련 등을 위한 엔화 수요 증가와 이를 예상한 투기세력들의 '엔고' 베팅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3위인 일본 경제의 복구가 지체되고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자금 대이동으로 인한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엔화 급등 진정 기대

시장에선 이번 합의를 예상밖 결과로 받아들인다. 전날만 해도 G7 회의에서 공조 개입보다는 일본의 단독 시장개입을 허용하는 선에서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자국의 경기회복세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시장개입에 적극 나서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사사키 도오루 JP모건체이스은행 채권외환부장은 "G7의 공동개입 결정은 놀랍다"며 "G7 각국이 일본의 상황을 감안해 협력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시장에 안심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협조 개입이 투기세력들의 일방적인 엔고 베팅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일본은행의 단독 개입이라면 한계가 있겠지만 각국이 시기와 물량 등을 조절해 엔화매도 · 달러매수에 나서면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으로 엔화가치가 당분간 80엔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시장개입으로 미 달러화뿐 아니라 호주달러와 뉴질랜드 달러 등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최근 급락했던 통화들도 강세를 보였다.


◆개입효과 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천재지변'에 따른 비상상황에서 선진국들의 '공조 개입'이 전격 합의됐지만 나라별로 자국의 경기회복이 시급한 시점에서 환율 공조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전망도 많다. 특히 G7이 엔고 저지에 합의했다는 점에선 1995년 4월의 '역(逆)플라자 합의'를 연상시키지만 그때와 같은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시 달러당 79.75엔까지 급등했던 엔화 가치는 '역플라자 합의' 이후 급락,그해 9월 100엔까지 떨어졌다. 2년 뒤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6엔대까지 내려갔다.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취약한 선진국 경기를 감안하면 이번엔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우타니 도시오 도카이도쿄조사센터 투자조사부장은 "G7의 협조 개입은 대지진과 원전사고에 '엔고 쓰나미'까지 겹쳐 지칠대로 지친 일본 경제에 리스크 요인 하나를 완화해 주는 처방"이라면서도 "개입효과의 지속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 FRB는 양적완화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도 포르투갈 등 역내 국가들의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은 엔화 약세 요인이지만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계속 푼다면 엔화 가치 하락엔 한계가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유로존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FRB가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다면 엔화 약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1995년에 비해선 완만한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기업들의 복구자금 마련 등을 위한 해외자산 매각이 본격화되면 공조가 깨지면서 다시 엔화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성완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