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이 엔화 초강세(엔 · 달러 환율 급락세)를 저지하기 위해 18일부터 공동 시장개입에 전격 착수함에 따라 엔 · 달러 환율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엔 · 달러 환율이 전날 기록한 사상 최저치 76.25엔 아래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80엔대 초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과 100엔대 근처까지 엔 · 달러 환율이 오를 것이란 시각이 엇갈렸다.

◆G7 개입 효과 "있다" vs "크지 않다"

주요 연구기관의 외환 전문가들은 G7의 공동 시장개입 효과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렸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G7의 공조 효과가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막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이 제기될 때마다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얘기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G7의 외환시장 공조가 엔 · 달러 환율의 방향을 전환시키기보다는 추가 하락세를 멈추게 하는 정도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 때문엔 단기 엔 · 달러 환율 전망을 80엔 안팎으로 제시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와는 180도 다른 견해를 내놨다. 배 연구원은 "과거 사례 등을 참고해 볼 때 G7의 정책공조는 엔고에 베팅하는 투기자금을 차단하는 확실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7의 공동 개입으로 인해 엔화 강세 흐름은 방향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배 연구원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엔화가치 급등세는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가 가세한 탓인데 G7의 공조는 이를 막는 데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 · 달러 환율의 단기 흐름에 대해 "80~83엔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 "100엔 근처" vs "80엔대 초반"

배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이번 대재앙의 피해 규모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보다 클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가 상당히 청산돼 왔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배 연구원은 그러나 엔 · 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120엔 수준까지는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및 유럽이 대규모로 양적완화를 단행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엔 · 달러 환율이 90~100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엔화가치가 점차 약세(엔 · 달러 환율은 상승)를 보이겠지만 80엔대 후반으로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갖고 있고 이번 대지진 이후 외환시장 개입과 피해 복구를 위해 엔화가 대규모로 풀린 것이 반영되기 때문에 약세가 진행되겠지만,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달러당 90엔을 넘어서는 급격한 약세를 점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도 엔화가 강세와 약세를 반복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와 북아프리카 및 중동의 정정 불안 등이 부각되면 일본인의 해외 투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며 "일본 경제가 지진 충격을 딛고 회복세를 보인다면 이 또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고 정부 부채가 많은데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본 신용등급을 낮춘 것 등 경제 펀더멘털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장기 엔 · 달러 환율 전망을 유보했다. 그는 "원전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의 재건사업이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원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일본 경제 및 엔화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전 피해가 심각해지면 일본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산업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만큼 엔화 약세가 꽤 큰 폭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원전 피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면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간 자금이 유턴하고 보험금 유입의 영향이 작용해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동/유승호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