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TV "벵가지 외곽 도달"..공항 폭격
정부군 "항복 기회 주겠다.

.20일부터 공격 중단"

미국이 무아마르 카다피 측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리비아 정부군이 17일 반군의 거점 도시인 벵가지를 향해 진격하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사상자가 속출했다.

반군은 이날 동부의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 주변과 벵가지와 연결된 간선 도로에서 카다피 부대와 전투를 치르면서 이들의 진격 속도를 늦추려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아즈다비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지난 15일 밤 이후 30명이 숨지고, 80명이 부상했다고 AP 통신에 전했고, 벵가지에 있는 알-잘라아 병원의 의사 지브릴 알-후웨이디는 구급차가 아즈다비야와 벵가지 사이를 오가며 부상자를 실어나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리비아 국영TV는 이날 카다피 부대가 벵가지 외곽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나 반군 측은 이를 부인했다.

또 카다피의 전투기 2대가 이날 오후 벵가지의 베니아 공항을 폭격했다는 목격자들의 전언이 AP 통신에 보도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벵가지를 공습하려는 전투기가 반군에 의해 격추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반군 측은 "카다피 부대가 도시를 공습하려고 시도했으나 우리의 대공방어부대가 2대의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반군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비행기 3대와 무장 헬리콥터를 동원, 정부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벵가지의 한 의사는 "비록 비행기 몇 대가 반군 진지에 폭탄을 투하했지만, 전반적으로 시내는 조용한 편"이라며 "우리는 법원 밖 중앙 광장에 모여 있고 사기는 충천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은 오는 20일부터 반군에 항복 기회를 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리비아 관영 뉴스 통신 자나(JANA)가 보도했다.

정부군은 "오는 일요일(20일) 자정부터 무장 테러단체(반군 지칭)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무기를 내려놓고 사면을 받을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군은 전날에는 국영TV를 통해 `무장한 폭력배들'을 몰아내고 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벵가지로 가고 있다면서 "(15일) 자정까지 반군과 무기고가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라"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카다피 부대는 또 이날 중에 제3의 도시 미스라타를 반군으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결전'을 벌일 것이라고 국영TV는 전했다.

카다피 부대는 그간 탱크와 장갑차 등으로 미스라타 외곽을 포위한 채 진격과 후퇴를 반복하며 이 도시를 차지하고 있는 반군을 괴롭혀왔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 1명을 포함,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벵가지와 미스라타에서 카다피 부대와 반군 간의 결전이 임박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안에 대해 표결할 예정이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전날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넘어서는 조치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견해"라고 밝혀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군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안보리의 표결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힌 뒤 "만약 부정적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는 스스로에 의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