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주식시장의 냉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

일본 대지진이 터진 지난 11일 지바현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돌아온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일 "그때 현장의 모습을 떠올리면 결코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반사이익'이 주변국 증시에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6.18% 급락한 반면 코스피지수가 0.80%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13%) 홍콩 항셍지수(0.41%) 등도 강보합에 거래됐다. 인접 국가 중에선 대만 가권지수(-0.56%)만 내렸다.

[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냉정한 亞 증시…中·홍콩 소폭 상승
국내 증시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폭발 소식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며 장중 한때 1920선대까지 밀렸지만 아시아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주력제품 가격이 폭등하고 외국인이 현 · 선물을 동시에 사들이며 상승폭을 키웠다. 일본과 경쟁관계인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시가총액 1~3위가 나란히 상승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만 급락하고 아시아 증시는 오르거나 약보합권 흐름을 보였다"며 "지난주 국내 증시를 억누른 IT 실적 악화 우려가 제품가격 급등으로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전주말을 고비로 국제 유가가 진정세를 보여 인플레이션 불안감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지진 여파가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될지,아니면 반전의 계기가 될지 속단하기 힘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18조엔에 이르는 유동성을 풀기로 한 여파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일본이 해외 투자자산을 팔아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 세계 자금시장을 어떤 식으로 흔들어 놓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센터장도 "엔캐리와 달러캐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두 축이었는데 이 중 하나가 훼손돼 아시아 증시의 반등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