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열리는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올해 정규 시즌에서 8개 구단의 순위 판도를 가늠할 좋은 기회다.

27일까지 팀당 14경기씩 치르는 시범경기를 통해 각 팀은 상대팀 전력을 탐색하고 스프링캠프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보완, 4월2일부터 벌어지는 정규 시즌을 대비한다.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전지훈련을 치른 SK, 삼성, LG, 한화 등은 이미 '오키나와리그'를 통해 상대 수준을 가늠했다.

가고시마현에서 겨울을 난 롯데와 미야자키에서 훈련했던 두산과 KIA도 '일합'을 겨뤘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구슬땀을 흘린 넥센만이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다른 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성적과는 크게 상관없는 시범경기이나 각 팀이 새 얼굴을 내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볼거리는 풍성하다.

◇주목받는 외국인 선수 = 올해 8개 구단이 영입한 외국인 선수 16명 중 투수는 무려 14명에 달한다.

이들의 어깨에 한해 농사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릎 수술을 놓고 이견을 보여 SK와 갈라선 일본인 카도쿠라 켄이 새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SK는 대만프로야구에서 실적을 남긴 짐 매그레인을 영입해 공백을 메웠다.

카도쿠라는 검증된 용병인 반면 매그레인은 구속은 느리나 쉽게 무너지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2002년 이후 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LG가 야삼차게 영입한 벤저민 주키치와 레다미스 리즈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시속 160㎞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뿌리는 리즈는 등판 때마다 시선을 끌 전망이다.

원숭이처럼 긴 팔을 활용, 타자 바로 앞에서 던지는 착시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리즈는 변화구 제구력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한국 무대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염원을 이루고자 두산이 데려온 키 2m3짜리 장신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라몬 라미레즈도 시범경기에서 '특급 용병'으로 가능성을 평가받는다.

쓸만한 외국인 투수 둘을 영입하면서 투수진 운용에 숨통이 트인 김경문 두산 감독은 초반부터 불펜을 조기에 투입하겠다며 총력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밖에 브라이언 코리(롯데), 트래비스 블랙클리(KIA), 오넬리 페레즈(한화) 등 한국 무대 데뷔를 앞둔 투수들과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라이언 가코(삼성), 코리 알드리지(넥센) 등 두 외국인 타자도 한국 투수들 적응에 안간힘을 쓸 전망이다.

◇좌익수 김상현·홍성흔..돌아온 이범호·이혜천 =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방출당한 이범호가 KIA에 새 둥지를 틀면서 거포 간에 포지션 이동이 생겼다.

KIA의 3루를 맡았던 김상현이 좌익수로 이동했고 이범호가 핫코너를 꿰찼다.

김상현-최희섭-이범호가 이룰 KIA의 클린업트리오는 조성환-이대호-홍성흔(롯데), 김현수-김동주-최준석(두산) 등 한국 최고 중심타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파워 게임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고질적으로 발목이 아픈 이대호가 3루수에서 지명타자 또는 1루수로 보직을 바꿀 공산이 커지면서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했던 홍성흔도 좌익수 글러브를 끼고 스프링캠프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포수에서 지명타자를 거쳐 좌익수로 본격적으로 나설 '쾌남아' 홍성흔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활약한 뒤 2년 만에 '친정' 두산으로 컴백한 왼손 투수 이혜천도 반가운 얼굴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이혜천과 니퍼트의 가세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을 에둘러 표현했다.

외야수에서 지명타자로만 나설 박용택의 방망이에도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4년간 최대 34억원에 L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한 박용택은 올해 "강타자가 되는 게 목표"라며 4번 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사비를 털어 갖가지 기구를 활용해 체중 감량에 나선 타격 7관왕 이대호의 '홀쭉한' 몸을 보는 것도 시범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류중일·양승호 새내기 감독의 지략 = 각각 선동열,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과 롯데 지휘봉을 새로 잡은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의 데뷔전이 시범경기에서 펼쳐진다.

전임 사령탑이 성적이 아주 나빠서 해임된 경우가 아니기에 양팀 감독은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야 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게임에 나선다.

'지키는 야구'에서 '화끈한 공격 야구'를 선언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시도했던 타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치중할 참이다.

작전 수행능력은 약간 부족하나 원체 파괴력이 좋은 박한이에게 2번 타자의 중책을 맡긴 류 감독은 가코,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으로 중심타선을 짜 무게감을 높일 예정이다.

성공의 열쇠는 가코가 쥐고 있다.

투수진은 선 감독이 워낙 잘 만들어놓은 만큼 투수 교체 타이밍만 잘 잡는다면 평년의 성적은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화끈한 공격에 부족했던 수비와 주루 센스를 가미, 우승을 선언한 양승호 감독의 도전도 관심사다.

2006년 LG에서 감독 대행을 맡아 감독으로서 경험치를 쌓은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 2% 부족했던 롯데의 약점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인 로이스터 감독이 '두려움을 이겨낸 야구'를 펼쳤지만 선수단과 의사소통에 애를 먹었다면 양 감독은 코치진, 선수단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면서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마따나 시범경기부터 성적으로 풀어내는 숙제가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