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김동현교수 "핵가족.초고령화사회 자식에 부담 주지 않으려"
"노인자살 사회적 재앙 될 수..노인 복지실태 점검, 근본대책 마련해야"

최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가 2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젊은층 자살률의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 초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9일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가 최근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77명으로 1990년 14.3명의 5.38배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15~34세 자살자 수가 1990년 9.3명에서 2009년 23.2명으로 2.49배, 35~64세 자살자 수가 1990년 10.5명에서 35.9명으로 3.41배 증가한 것보다 상승폭이 훨씬 높은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의 자살자 수는 123.5명으로 1990년 23.4명보다 5.27배 증가, 같은 기간 1.99배 증가한 젊은 층(15~34세) 보다는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노인층이 아니라 중년층으로 나타났고, 과거 자살률이 높았던 일본 여성 노인의 자살률은 오히려 최근 20여 년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급증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핵가족화 등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이후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며 "핵가족.초고령화 사회에서 별 소득 없이 병들고 소외된 노인들이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당수 노인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노인 자살은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현대판 고려장'이나 다름없는 노인 자살을 막으려면 노인 복지 실태 점검과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9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5천413명으로 전년도 1만2천858명보다 19.9% 증가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