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두산·롯데 강세 속 KIA·LG 비상 노려
넥센·한화는 특별한 전력 보강 없어

미국과 일본의 스프링캠프에서 50여 일 이상 구슬땀을 흘린 프로야구 8개 구단이 12일부터 막을 올리는 시범경기를 통해 본격적인 전투에 나서기 전의 전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1982년 출범 후 서른 시즌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어느 해보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칠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 줄을 잇는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 세 차례나 축배를 들어 올린 신흥 명문구단 SK 와이번스를 필두로 가을 잔치 단골손님인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의 강세가 여전히 두드러진다.

여기에 2009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와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무려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 트윈스 등 폭발적인 팬 동원력을 보유한 두 구단까지 비상을 노리고 있다.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었던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를 넣고 볼 때 '6중 2약' 구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김성근 SK 감독, 김경문 두산 감독, 김시진 넥센 감독은 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나기에 재계약을 위해서는 좋은 성적이 필수다.

작년 말 나란히 새로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은 이미 강팀의 반열에 오른 팀을 이끌고 이제는 정상을 밟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변함없는 SK·삼성·두산·롯데 4강 체제 = 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귀국한 김성근 SK 감독은 "팀 전력이 60점밖에 안 된다"며 박한 점수를 줬다.

'캐넌히터' 김재현이 지난해 은퇴했고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던 나주환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타선에 구멍이 생겼다.

또 삼성으로 이적한 오른손 투수 카도쿠라 켄을 대신해 대만에서 뛰었던 짐 매그레인을 데려왔지만 구속이 느려 걱정이 크다.

'에이스' 김광현의 뒤를 받칠 투수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김 감독은 아킬레스 수술 후유증이 있는 '안방마님' 박경완이 언제 제 컨디션을 되찾을지가 고민으로 남아 있다.

'SK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박경완은 4월2일부터 열릴 개막전부터 나설 수 있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키는 야구'에서 '화끈한 야구'로 색깔을 바꾼 삼성은 야심 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 라이언 가코의 장타력 회복이 절실하다.

가코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고대했던 장타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2번에 왼손 타자 박한이를, 4번에 역시 좌타자 최형우를 기용하겠다고 못박고 이들의 한 방에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팔꿈치를 수술해 일찍 시즌을 접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부활했고, 권오준도 불펜에 힘을 보태면서 마운드 사정은 좋아졌다.

특히 차우찬과 검증된 용병 카도쿠라, 장원삼, 윤성환, 배영수가 이끌 선발진은 지난 몇 년 새 최고라는 자체 평가를 듣는다.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이라는 막강한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한 두산은 이번에는 마운드의 힘으로 반드시 마지막에 웃겠다는 각오다.

일본 야구에서 돌아온 이혜천이 선발의 한 자리를 꿰찼고 오른손 강속구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제구력이 좋다는 평을 들은 라몬 라미레스 등 수준급 용병 투수들이 투수진을 살찌웠다.

'믿음의 야구'를 표방, 선발 투수들이 최소 5이닝을 던지도록 배려했던 김경문 두산 감독의 태도 변화도 시선을 끈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가 초반에 부진하면 되도록 빨리 불펜을 투입, 끌려가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초반부터 총력전을 선언했다.

가용 투수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김 감독의 계산도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평생 4위로 만족하기보다 확실한 우승을 위해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해임하고 양승호 감독을 택한 롯데는 '타격 7관왕' 이대호를 필두로 조성환, 홍성흔 등 최강 중심 타선이 건재해 마운드의 활약에 따라 울고 웃을 전망이다.

양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롯데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력을 보완했고 번트, 작전 수행 등 '작은 야구'에서도 강자가 되고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브라이언 코리, 라이언 사도스키 등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진을 이끌고 송승준, 장원준이 힘을 보탠다.

미국프로야구를 방황했던 최향남이 돌아오면서 불펜에 관록은 붙었다.

다만 고원준, 김사율 등 마무리 투수로 거론되는 이들이 얼마만큼 기대에 부응할지가 관건이다.

◇KIA·LG "우리를 주목하라" = KIA만큼 믿음직한 선발 투수진을 갖춘 팀은 별로 없다.

김성근 SK 감독의 말마따나 윤석민, 양현종, 아퀼리노 로페즈까지 3명만 해도 각각 10승 이상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재목이다.

여기에 서재응과 트래비스 브랙클리가 가세하면 선발진만으로도 50승 가까이 기대할 만 하다.

작년 부진했던 '잠수함' 손영민과 유동훈이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회복하면서 불펜도 2009년 우승 당시만큼 막강해졌다.

강속구 투수 김진우와 한기주가 성공적으로 후반기부터 합류한다면 '투수왕국'으로 타 팀의 부러움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방출된 이범호와 계약하면서 중심 타선의 파괴력도 나아졌다.

최희섭과 김상현 쌍포에 이범호가 오면서 상대 투수진이 피해갈 구석이 줄어들었다.

작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50일간 마무리 훈련을 끝내자마자 보름도 안 돼 1월부터 일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무한 경쟁에 돌입했던 LG는 올해 사활을 걸었다.

컨디션이 올라올 만큼 올라온 LG는 오키나와에서 치른 일본프로야구 및 국내 각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8승1무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려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벤저민 주키치와 시속 160㎞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뿌리는 레다미스 리즈가 선발의 축으로 든든하게 자리를 잡았다.

마무리 투수를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박현준, 김선규 등 '옆구리 투수'들이 부쩍 성장해 불펜 사정도 나아졌다.

타선에서는 외야수 글러브를 벗어 던지고 지명 타자로 돌아선 박용택이 4번을 꿰찼고 이택근, 이진영 등 기존 '빅 5'에 일발 장타력이 돋보이는 정의윤이 가세해 무게감을 높였다.

하지만 불안요인도 있다.

이순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근 트위터 글을 통해 "리즈가 빠른 볼을 뿌리는 등 위협적이나 투구를 자세히 지켜본 결과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며 리즈의 적응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류현진과 짝을 이룰 신인 투수 유창식을 영입한 한화는 이범호를 놓치면서 타선 파괴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타자 코리 알드리지를 데려온 넥센은 투수진이 얼마나 제 기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