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으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기독교계가 수쿠크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데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한 상황이어서 이날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수쿠크법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종교계와의 갈등확산은 선거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기독교계에 우려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졌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계 지도자를 비롯한 3500여명 앞에서 "교회가 사회적 갈등의 매듭을 풀고 국민통합을 이뤄 내는 가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겸손하며 자신을 절제하는 자세가 우리 사회가 화합을 이루고 성숙하는 데 꼭 필요하다"며 "대통령인 저부터，기독교인부터，교회부터 먼저 화해와 화평을 이루는 일에 더욱 힘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계가 수쿠크법을 둘러싼 갈등의 실마리를 찾고 정부에 협력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편 수쿠크법을 놓고 기독교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다같이 무릎을 꿇고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통성기도를 하자"고 하자 이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에 따랐다. 김희정 대변인은 "인도자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