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 자릿수로 안정된 것은 1982년부터였다. 한국전쟁이 터진 이듬해인 1951년 물가상승률은 무려 390%를 기록했다. 전후에 두 자릿수로 떨어졌으나 50~60%대 고물가는 1957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재정긴축과 통화량 관리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대체로 10%대를 유지하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때는 28.7%로 치솟았고,1981년에는 20.4%를 기록했다.

그런 물가가 1982년에 7.2%로 뚝 떨어졌다. 이후 한 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물가잡기에 고심하는 경제 관료들도 역대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 중 당시를 가장 성공사례로 꼽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시 물가를 어떻게 잡았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격 자유화'를 그 비결로 꼽고 있다. 당시 모든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었는데,정부가 과감히 풀어버린 것이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행정규제를 없애면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당시에) 컸지만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전혀 달랐다"며 "가격 기능이 회복됨에 따라 제품 수급도 원활해져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고 품질도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그의 회고록에서 말했다.

이번 주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증폭된 물가불안이 초미의 관심사다.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는 물가안정대책회의(4일)를 연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정책이 1970년대식 통제 방식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시장 친화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세인하 등을 제외하고 마땅한 정책수단이 바닥난 지금,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유류세 인하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에 앞서 2일에는 '2월 소비자물가동향'이 나온다. 1월 물가상승률은 4.1%로 정부의 올해 목표치(3%)는 물론 한국은행의 중기 목표치(3±1%) 상단을 벗어났다. 2월 물가는 1월보다 더 악화된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가에 영향이 큰 기름값이 1월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물가지수 품목 중 전셋값과 통신비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높다. 정부는 4%대 중반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3일에는 '1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다. 경기동행지수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작년 9월부터 줄곧 하강세를 보이다 12월에는 보합을 나타냈다. 반면 앞날의 경기를 예견하는 경기선행지수는 2009년 11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1월 동행지수가 상승 반전에 실패하고 다시 하락세를 보인다면 경기 하강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논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일 발표되는 '2월 수출입동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월에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입액이 불어나 경상흑자 규모가 11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올해 목표한 경상수지 흑자 160억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부실과 구조조정 관련,핵심 대책으로 꼽혀온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설치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가 관심이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의 차기 행장 후보도 이번 주에 윤곽을 드러낸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