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도발시 책임전가 명분쌓기용 해석도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심리전이 계속되면 자위권 수호 원칙에 따라 임진각을 비롯해 `심리전 발원지'를 조준사격격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우리 군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에 맞서 `조준사격'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1차적으로 심리전에 따른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에 이집트와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 소식이 담기고 6년 넘게 끊겼던 일용품 등의 물품 살포도 재개되자 심리전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대결을 격화시키려는 심리모략책동'이라는 기사를 통해 남측의 심리전 행보를 비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응은 후계체제가 뿌리를 내려야 할 예민한 시기에 `재스민 혁명' 내용까지 담긴 대북전단 수십만장이 날아옴에 따라 민심 이탈을 우려한 데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와중에 이달 초부터 우리 군의 주도로 즉석밥을 비롯한 식료품과 치약, 칫솔, 속옷, 약품, 학용품 등의 물품 살포까지 이뤄지자 북한 내부에 위기감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탈북자단체 등 민간단체와 군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북전단 살포에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했다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거슬리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북측의 이번 통지문이 내부동요 차단 외에도 실제로 임진각 등에 대한 조준사격이 이뤄졌을 경우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북한군은 연평도 포격도발 직전에도 우리 해병대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을 맹비난하면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연평도를 포격한 이후에도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남측에 책임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여기에 28일부터 시작되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군사연습을 하루 앞둔 시점을 택해 `임진각 조준사격'을 언급하는 통지문을 보냄으로써 한미 양국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7일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성명을 내고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 대해 전면전까지 거론하며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심리전으로 인한 민심 이탈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이 `조준사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이명박 대통령 담화의 후속조치로 심리전 재개 방침이 발표되자 같은 날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경고장을 발표하고 확성기 등을 조준사격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 그해 6월12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를 통해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청산하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심리전 재개를 견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