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펀드만 놓고 보면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편애는 유별나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해외주식형 펀드(38조5000억원)의 지역별 설정액 중 중국펀드와 중국이 핵심 투자대상국인 친디아(중국 · 인도) 브릭스(중국 · 인도 · 브라질 · 러시아) 신흥아시아펀드 등을 합친 중국 관련 펀드의 비중은 무려 69% 수준이다. 중국펀드의 설정액은 17조4000억원가량 된다. 또 중국을 포함한 전체 이머징펀드가 해외 주식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이머징 펀드가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선진 주식증시에 대한 비중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미국 주식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북미펀드의 설정액은 230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고,유럽과 일본펀드 등 소위 선진펀드의 설정액을 다 합쳐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4.1% 수준인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 이머징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고,국내 해외주식형펀드 시장의 짧은 성장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16조2000억달러)이고,중국은 7.1%(3조8000억달러) 수준임을 고려할 때 국내 투자자들의 이머징 편중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증시의 성과가 이머징 시장보다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선진증시 비중이 미미한 것은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매우 아쉬운 부문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MSCI지수 기준으로 선진 증시가 3.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과 달리 이머징 증시는 -5.6%로 부진하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단기적인 대응차원을 넘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선진국 비중 확대는 필요하다. 더구나 한국 증시가 이머징에 속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자금의 거의 대부분을 이머징 시장에 넣어둔 셈이다.

2000년 이후 미국 증시의 변동성은 연 16.4%로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28.8%로 높고,러시아 증시의 변동성은 37.7%에 달한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며,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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