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이슬람에미리트' 등장 우려도

정부 보안군과 반(反)정부 세력 간 내전으로 치달은 리비아 사태가 최대 교역상대국인 지중해 건너 이탈리아에 불통이 튀었다.

리비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이 이미 중단된데다가 내전이 장기화하면 자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전을 피해 난민들이 물밀듯이 밀려들 것이라는 우려가 이탈리아를 휩싸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뉴스통신 ANSA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최근 리비아의 상황을 `내전 발발'로 규정했다.

프라티니 장관은 벵가지를 주도로 한 동북부지방 "키레나이카(Cyrenaica)는 더는 리비아 정부의 통제 아래 있지 않고 리비아 전역에 걸쳐 유혈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가 리비아 사태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결과들을 맞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기 및 중기적으로는 에니(ENI)社의 결정의 결정에 따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프라 분야에 대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이미 실행에 들어간 사업 중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 규모가 40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탈리아 재계에 부정적인 피해가 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리비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까닭에 현재로선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업체인 ENI는 전날 리비아 멜리타와 이탈리아 시슬리를 잇는 가스관 `그린스트림' 가동을 중단했다.

`그린스트림'을 통해 수송되는 리비아 천연가스는 이탈리아 국내 수요의 10%를 차지한다.

또 이탈리아 원유 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리비아의 원유 수출도 원유 터미널들의 가동 중단으로 차질을 빚기 시작해 이탈리아가 곧 영향권에 들어서는 게 불가피하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는 가스의 경우 비축분이 충분한 만큼 당분간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리비아 동부지방에 이슬람주의 세력이 득세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탈리아 정부의 잠재된 걱정거리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동안 카다피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프라티니 장관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 동부에서 `이슬람 에미리트'의 등장이 걱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연설에서 리비아의 격변이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반(反) 서구적 수사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탈리아 정부는 내전을 피해 엄청난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라티니 장관은 리비아에는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200만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면서 상황이 나빠지면 이들이 위험을 피하거나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15%만 탈출에 나선다고 해도 약 25만~35만명이 키프로스, 몰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로 밀려들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리비아 난민 문제는 비단 이들 지중해 연안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라며 강조하며 EU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가 벌써부터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EU가 해상순찰대 파견 이외 난민 처리에 드는 비용을 선뜻 지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