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 놓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작년에 출시한 아이덴티티탭(일명 K패드)보다 해상도를 끌어올리고,고급스러운 금속 소재로 본체를 디자인했죠.각종 미디어 특화 기능도 담았습니다. "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달 초 발표한 태블릿PC '아이덴티티크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엔스퍼트는 국내 1호 태블릿PC인 아이덴티티탭을 만든 회사다. 이 대표는 엔스퍼트와 모회사인 솔루션 전문업체 인스프리트 대표를 겸하고 있다.

◆해상도 끌어올리고 미디어 기능 강화


"이전에 아이덴티티탭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해상도였습니다. 동영상 등을 볼 때 경쟁 제품보다 화질이 좋지 못하다는 반응들이 있었죠.그래서 이번 제품은 7인치 화면에 해상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또 미디어 특화 태블릿PC라는 개념을 내세워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도 강화했죠."

이 대표는 아이덴티티크론이 다른 태블릿과 가장 다른 점은 '사용 편의성을 높인 미디어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국내 출시 태블릿PC 가운데 처음으로 '듀얼 DMB' 기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실시간으로 지상파 DMB를 보면서 다른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볼 수 있다. DMB와 인터넷TV(IPTV),유튜브 동영상 등을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자기가 좋아하는 방송 채널들을 묶어 맞춤형 스크린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덴티티크론은 PC-TV-스마트폰을 연계해 손쉽게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와이파이(무선랜) 공유기에 기기들이 연결돼 있으면 영화 음악 등을 무선으로 편리하게 전송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가족끼리 콘텐츠를 주고 받을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태블릿PC가 '미디어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9인치짜리 후속 제품도 개발


아이덴티티크론에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2.2(프로요) 버전이 탑재돼 있다. 태블릿PC용으로는 다소 구 버전인 프로요를 탑재한 이유를 물어 봤다. "진저브레드(2.3 버전)나 허니콤(3.0 버전)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저브레드 발표는 불과 두 달 정도밖에 안 됐고 허니콤은 최근에서야 발표됐죠.OS가 나오고 개발,검증하는 데까지는 보통 3~4개월 걸립니다. 섣불리 OS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엔스퍼트는 상반기 안으로 아이덴티티크론을 허니콤 버전까지 업그레이드해줄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아이덴티티탭의 경우 7만대 정도 판매했습니다. 중소기업으로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점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이덴티티크론은 국내외 시장에서 50만대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후속 제품 개발 계획도 밝혔다. "전 세계 통신사들이 스마트폰-PC-태블릿-TV 등을 연계한 N스크린과 홈디바이스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태블릿PC가 미디어 허브 역할을 하고,다른 기기 간 연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면 크기는 8.9인치짜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인치는 좀 크다는 생각입니다. "

◆하드 · 소프트웨어 결합한 시너지

엔스퍼트는 최근 아이덴티티탭으로 구글 인증을 받아 각종 구글 서비스를 담을 수 있게 됐다. 아이덴티티크론 역시 곧 구글 인증을 받아 안드로이드마켓 등을 비롯한 구글 서비스를 담을 계획이다. 엔스퍼트는 애플 아이튠즈와 같이 앱스토어와 콘텐츠 관리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 '아이덴티티넷'도 곧 선보인다. 이 대표는 "아이덴티티넷으로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도 편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스퍼트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모회사인 인스프리트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프리트는 네트워크,로밍 등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10여년 동안 관련 기술을 연구해 오면서 많은 성과도 냈죠.지난해에는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4세대 이동통신 사업 등의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습니다. 스마트폰,태블릿 등에 소프트웨어 역량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인스프리트의 기술은 엔스퍼트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기술과 첨단 기기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지상파 DMB 등을 수신해 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전송해주는 라우터 기기를 상반기 안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엔스퍼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1'에서 북미 모바일TV 방송을 수신해 전송해주는 라우터 '레이빈'을 출품하기도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