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큰 지면을 차지했던 신문의 인사란이 지난주 들어서면서 조금 작아진 것 같다. 인사철에는 모름지기 웃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많은 법인데,필자의 회사에서도 승진을 기대한 직원이 '사장님 서운합니다'라고 항의성 SMS를 보낼 정도로 희비가 교차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는 탄탄한 조직을 구성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절대적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품성,도덕성,강건한 체력을 겸비하고 능력과 잠재역량이 우수한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발탁해 회사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올바른 인사정책일 것이다.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누런색이든지 간에 쥐 잘 잡는 고양이를 최고로 꼽듯이 회사 구성원 모두가 조직에 필요하다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즉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인사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지연 학연 혈연 또는 편견과 조작된 여론에 흔들림 없이 회사에 열정적이고 근면성실하게 근무하는 직원을 가려내야 한다.

인사 청탁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을 펼치는 데에 암적인 존재다. 청탁은 주로 능력과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이 금품을 주고 받으면서 일어난다. 금품은 뇌물이 되고 뇌물을 벌기 위해 다른 부정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어 조직을 망친다. 최근에는 청탁자 명단을 공개해 창피를 주는가 하면 아예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불이익을 주는 공공기관의 사례도 보도된 바 있지만 기관장의 의지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청탁을 없애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전KDN에 적용하고 있는 3심제는 인사 청탁을 방지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가려내는 효과가 있다. 먼저 직원의 인사평가와 부서장의 추천서열을 점수화해 3~6배수로 명부를 만들면 젊고 유능한 인재와 발탁할 만한 사람이 대부분 포함되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 심사단을 3개 그룹으로 구성해 명부에 있는 직원이 승진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3개 그룹 모두가 승진에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은 대상자는 통과되고 둘 또는 하나의 그룹에서만 적합하다고 의견이 모인 사람은 그 다음 순위로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2~3배수를 확정한다.

경영자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올라온 직원들 중에서 3개 그룹 모두가 적합하다고 판정한 사람을 승진 대상자로 우선 선택하고,두 개 그룹 또는 하나의 그룹에서 적합하다고 판정된 사람들 중에서 나머지를 추가적으로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은 기관장이나 특정 인사에게 청탁을 해서는 절대 통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3심제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은 구성원들로부터 '능력이 있어 조직 발전에 도움을 줄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이 능력 있는 인재를 찾아내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의 중요한 책무이자 책임이다. 3심제가 인사 청탁을 막아 경영이 선진화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전도봉 < 한전KDN 사장 ceo@kd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