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이 지난 17일 유럽 의회에서 가결됐다. EU로선 우리와 합의한 FTA의 7월1일 잠정 발효를 위한 내부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국내에선 한 · EU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작년 말 추가 협상 타결 후 한 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한 · 미 FTA의 경우 더욱 그렇다. FTA를 통해 통상대국,경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차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 못지않게 미국도 우리와 맺은 FTA를 발효시키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과 상공회의소 연설 등을 통해 한 · 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면서 의회에 올봄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도 지난 10일 추가 협상 합의문서를 미국과 교환함으로써 정부 절차는 끝났다. 이제 국회 비준동의만 남았다.

걱정스러운 점은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등 관련 업계는 추가 협상 결과를 환영하며 조기 발효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데도 야당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양보와 주권 포기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략적 반대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대의 선봉에 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 지사 시절 FTA를 찬성했다. 만일 추가 협상안이 기존 합의의 균형을 깨트렸다고 생각한다면 비준동의안을 심의하는 국회에서 따지는 게 책임있는 정치인의 도리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추가 협정문의 별도 비준동의를 놓고 여당 내부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본회의에 계류중인 기존 비준동의안과 별도로 추가 협정문에 대한 비준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기존 비준안 철회 후 수정된 원안에 대한 재심의를 주장하고 있다. 상임위부터 난항이 불가피하다. 집권당이 이렇게 분열돼서야 어떻게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겠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 한 · EU FTA만 해도 7월1일 발효를 위해 반드시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만 한다. 관련 법 11개를 개정하는등 국내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가 한둘이 아니다.

한 · 미 FTA 비준 문제도 국회 안에서 치열한 토론과 표결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 · EU FTA를 2월에 처리한다면 한 · 미 FTA는 4월 임시국회가 좋은 기회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세계 최대 시장인 EU,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FTA를 발효시키면 그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날개를 달고 해외 경제 영토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